어린 시절 같은 마을, 혹은 이웃 마을 사람들 사이에 깊은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떤 마을에는 같은 날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많았다. 반란군, 빨갱이, 경찰 그런 낱말들만 들렸고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증오는 자식대까지 물림을 받아 서로 치고받고 했다.1948년 4월3일, 제주도에서는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고 미군정에 저항하기 위한 무장봉기가 남로당 제주도당 주도로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군 병력을 투입해 사태를 진압하려 했으며, 같은 해 10월11일에는 전라남도 여수에 주둔 중이던 국군 제14연대에 진압 출동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14연대 소속 일부 병사들이 이에 반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처럼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무력 충돌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토벌대를 조직해 봉기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주민...
15년 전 어쩌다 보게 된 영화는 <12명의 성난 사람들>이었다. 18세 소년이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 12명의 배심원은 평결을 위한 회의에 모인다. 배심원 12명 중 11명이 유죄 의견, 단 1명이 무죄 의견이다. 배심원들의 성향은 천차만별이다. 온순한 사람, 다혈질인 사람, 강직한 사람, 차분한 사람, 성질이 급한 사람, 우유부단한 사람, 생떼 쓰는 사람. 누군가는 빨리 야구 보러 가야 한다며 끝내자 보채기도 한다.한 명의 의지가 무죄 평결 이끌어내평결은 만장일치가 원칙. 12명이 동의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1명을 회유하면 쉽고 빠른 일이라고 생각이 드나, 인내심을 갖고 근거와 논리로 버티는 한 명은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회의실을 짓누르는 공기는 처음에는 비아냥과 냉소, 나중엔 격정과 긴장감, 그리고 결국엔 차분한 설득 속에서 온화함으로 변한다. 12명은 무죄로 평결을 내린다. 절대다수 배심원의 냉소를 깨고, 안달복달한 마음을 진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