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못 보겠제. 버스에 타고 떠나는 내게 손을 흔드는 외할머니의 몸짓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구부정해져버린 허리 탓에 걷기조차 힘들었지만, 동네 어귀까지 나와서 손자의 손을 어루만지고 버스가 떠난 후에도 그곳에 오랫동안 앉아 계셨다. 할머니에게 우리 만남은 늘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당신의 모든 것을 나누어주었다. ‘운 좋게’ 손자를 다시 보면 다시 마지막인 양 온 힘을 다했다. 나는 그걸 몰랐다. 때로는 귀찮다는 듯 할머니 손에서 서둘러 내 손을 빼냈다. 마지막인 줄도 몰랐던 마지막이 머지않아 다가왔고, 버스 뒤편에 이젠 외할머니가 없다는 걸 알고 나서야 나는 슬퍼했다. 왜 달리 마지막이라고 하겠는가. 되돌이킬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후회해봐야 소용없었다.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마지막을 빨리 깨닫고 그 이전에 세상과 연을 끊은 사람이다. 히틀러의 폭정이 시작되자 그는 전쟁과 학살의 그림자를 본능적으로 느꼈다. 주위 사람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