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년 여름, 송흠선이 전주 들판에서 참수됐고 그 목은 저자에 걸렸다. 굳이 송시열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대부에게는 과한 처벌이었다. 서원에 배향된 송시열 위패를 훼손했다는 게 이유였다. 집권 세력인 노론의 관점에서 볼 때, 송시열 성인화에 매진해도 못마땅할 후손이 위패까지 훼손했으니 용서가 되지 않았던 듯했다. 이듬해인 1809년 음력 4월1일, 조정에서는 다시 송시열의 후손 송능상의 이름이 거론됐다. 송능상은 송시열의 증손자로, 지역에서 학덕을 인정받아 ‘유일’(遺逸·관직에 나가지 않는 은거한 선비)로 불렸던 인물이다. 이미 고인이 된 지 50년도 더 되었지만, 윤우대를 비롯한 사부학당 유생들은 선현을 깎아내리고 모욕했다는 이유로 송능상을 탄핵했다. 그의 문집 <운평집>에 주자 정론과 다른 입장이 들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정확한 내용은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지만,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예(禮)에 대한 해석이 문제가 된 듯했다.유학에서 ...
병에 독수리가 그려진 이글레어라는 버번위스키가 있다. 행사 때면 8만원대에 살 수 있다. 어느 날 남편이 이 술을 들고 온다. 밖에서 마시는 것도 모자라 감히 ‘양주’를 사들인다고? 시음용만큼 잔을 채운 남편이 말문을 연다. “스카치와 달리 숙성을 오래 하지 않는 버번치고는 꽤 고숙성이라 달콤함이 길고 날카로운 피니시가 매력적이지.” 여기서 그치면 하수다.“왜 미국 육·해·공군 대령 계급장에 독수리가 들어가는지 알아? 장교 중 가장 높은 대령, 그 위는 장군 ‘스타’잖아. 독수리가 날 수 있는 하늘과 천상의 별이 존재하는 우주는 공간 자체가 달라. 하지만 모두가 별이 될 수는 없잖아. 군대나 기업을 불문하고 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은 그들을 받쳐주는 현실의 기둥이 있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하지…”(박병진의 인터뷰 및 칼럼 재구성)위스키 한 잔에 이 정도 스토리를 녹인다면, 기꺼이 시간과 공간을 내어줄 마음이 내키지 않을까. 덕분에 박병진 북스레브쿠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