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치료제구입 고령 1인 가구인 A씨(80대)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절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렸다. 대면 접촉이 최소화되면서 다른 사람과 말을 나눌 기회가 거의 없어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허리디스크 증상까지 심해지면서 바깥에 나가는 일 자체 어려워졌다.
A씨는 평소 연락을 주고받는 경기도 상담사에서 이런 어려움을 토로했고 상담사의 소개로 50만원의 경기도 극저신용대출을 받았다.
A씨가 이 돈으로 구매한 것은 전동휠체어였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외출할 수 있게 된 A씨는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B씨(40대)는 한부모 가정으로 2명의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 공공근로로 생활해왔지만, 이마저 끊기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B씨는 경기도 극저신용대출을 접했고 50만원을 대출받아 생활비로 충당했다.
대출보다 중요했던 건 극저신용대출과정에서의 상담 통해 B씨의 어려움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지했다는 것이다. B씨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취업 연계가 이뤄졌고, B씨는 이를 바탕으로 다시금 일어설 수 있었다.
앞선 사례는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한 ‘극저신용대출’을 이용한 도민들의 실제 이야기다.
경기도의 극저신용대출은 신용등급 최하위 도민들에게 연 1%의 금리로 300만원 이내로 5년 만기 대출을 해주는 사업이다.
민선 7기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부터 시행된 사업으로,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며 겪는 피해를 막기 위해 처음 시도됐다.
실제 A씨와 B씨 사례처럼 극저신용대출은 단순한 금융지원 사업을 넘어 채무관리·상담·사회복귀 지원까지 포함된 정책적 효과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경기도 극저신용대출을 이용한 도민은 11만명이다. 대출금액의 75% 정도는 생계비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에게 극저신용대출은 ‘금융단비’가 됐다는 의미다.
경기도의 설명을 종합하면 극저신용대출금을 모두 갚은 완전상환자는 24.5%다. 경기도는 대출과 동시에 정밀 상담을 하면서 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분할상환 등으로 재약정한 비율은 35.3%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연체자’는 38.3%인데 문자 접촉 등으로 비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경기도는 밝혔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최근에 극저신용대출 관련해서 이런 저런 얘기가 있고 어떤 사람들은 이 제도를 폄훼한다. 하지만 (극저신용대출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어떻게 보면 공공이나 사회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 또는 내미는 마지막 손 같은 역할”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서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경찰서 3층 육아형오피스 사무실에선 아빠와 딸·아들이 한 공간에서 일과 놀이를 함께 하고 있었다. 이원주 정보관(경위)이 경찰 내부 메신저로 문서를 경찰청에 보내는 동안, 딸 주아양(8)과 아들 정원군(4)은 옆에서 놀고 있었다. 이 경위는 “연휴 사이 낀 금요일에 초등학교 휴교·어린이집 휴원이 겹쳤는데, 아내와 제가 모두 출근을 해야했다”며 “명절에 바쁜 어머님께 맡기기 어려워 육아형오피스에 데려왔다”고 말했다.
마포서 육아형오피스(육아N오피스)는 지난 7월10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3개월 운영 결과 육아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를 데리고 경찰서에 출근하는 모습이 익숙해지는 효과도 얻었다. 경찰서 내 육아 인식이 바뀐 셈이다.
이 경위도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아이들이 와서 잘 놀지, 옆에서 일은 할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기우였다. 각종 장난감과 책, 풍선, TV 등을 갖춰둔 덕에 아이들은 심심할 새가 없었다.
이양은 “집에 있었으면 학원도 가고 숙제도 해야 했을 것”이라며 “오늘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직원들이 아이들을 반겨줘서 어색하지 않았다”며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서 내부망에는 직원들의 긍정적인 반응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육아N오피스는 마포서 정보과 안진순 경사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2023년 6월 안 경사의 아이가 태어난 지 200일쯤 아이를 봐주던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아파서 10일 정도 공백이 생겼다. 아이를 데리고 출근해야 했던 안 경사는 “아이를 데려오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주의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며 “지난 5월 아이디어를 내고 서장님이 지지해주셔서 공간을 기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포서 경찰관들의 마음도 모였다. 20여명이 아이를 키울 때 쓰던 장난감·책·이불 등을 십시일반 내놨다.
안 경사는 육아N오피스 운영의 가장 큰 효과가 “합의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왜 일터에 오느냐’는 눈총을 받아야 했던 과거와 달리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가 바뀌었다. 안 경사는 “공간이 생기면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리거나 해도 ‘동료 중에 누가 급해서 데려왔나 보다’ 하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완기 마포서장은 “마포서에는 육아N오피스 뿐 아니라, 방문 민원인을 위한 수유실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인권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민과 직원 모두가 존중받는 인권경찰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최대 수출시장’ 유럽연합(EU) 역시 관세 제도 강화에 나서며 이중고 위기에 직면했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6월 종료 예정인 세이프가드 제도를 대체할 ‘EU 철강시장 공급과잉 대응’ 규정안을 의회와 이사회에 지난 7일(현지시간) 제안했다.
세이프가드는 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줄 우려가 있을 때 역내 산업을 보호하는 수입 제한 조치 등을 말한다. EU는 새 규정을 내년 6월 말 회원국 투표를 통해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규정안 주요 내용은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연간 무관세 할당량(쿼터)을 1835만t으로 제한하고, 쿼터 초과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율도 50%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1835만t은 지난해 쿼터(3053만t)보다 약 47% 줄어든 규모다. 50% 관세율 역시 현재(25%)의 2배 수준이다. 국가별 쿼터는 무역 상대국과 개별 협상을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EU는 2018년 미국의 품목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세이프가드를 도입한 바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세이프가드 시행 기간을 최대 8년으로 두고 있어 EU로선 새 규정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수입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역내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데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 철강 제품 수출에서 대EU 수출액은 44억8000만달러(약 6조3750억원)로 가장 많았다.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품목은 열연·냉연·아연도금강판이 거론된다. 이들 품목은 EU의 쿼터 축소 대상 핵심 품목으로,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 중 55%를 차지한다.
이날 현대제철의 수출용 형강이 적재된 인천내항 제6부두를 방문한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약 4000억원 지원 효과를 낼 수 있는 ‘철강 수출공급망 강화 보증상품’ 신설을 포함해 철강 수출기업의 애로 해소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차관은 이어 “품목별 대응 방향 정립, 불공정 수입에 대한 통상 방어 강화, 수소환원제철·특수탄소강 등 철강산업의 저탄소·고부가 전환 투자 확대 지원 등을 포함해 이달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조만간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한국 측 입장과 우려를 전할 예정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협상을 잘 진행해 더 나은 쿼터를 받을 수 있도록 업계 요구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