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폰테크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9일 “이미 두 차례 노쇼로 투아웃 중인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경고한다”며 “국정감사에 성실히 출석해 국민 앞에 대선 개입 의혹을 소상히 밝히고 사법부 수장으로서 책무를 다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법개혁에 불을 붙인 장본인은 대선 개입 의혹의 중심에 선 조 대법원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3일과 15일로 예정된 대법원 국정감사에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통상 대법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모두발언만 한 뒤 법사위 동의를 얻어 떠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민주당은 대선 개입 의혹을 집중 추궁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5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청문회 증인으로 조 대법원장을 불렀지만 그는 출석하지 않았다.
전 수석최고위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선 조 대법원장이 모두발언을 한 뒤 증인으로 선서를 하고 국정감사장에서 증언해야 할 것”이라며 “역대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은 항상 출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위원장에 양해를 구해 퇴장했지만 이번에 그런 양해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 수석최고위원은 “이석(자리를 옮김)에 대해선 당연히 법사위에선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불출석한다면 당연히 일반 증인들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출석을 거부하면 법사위가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검토한 바 없지만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전 수석최고위원은 민주당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다음주 발표할 예정인 사법개혁안에 재판소원이 포함될지에 대해선 “현재 특위안이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면서도 “기본 법원 판결에 대해 여러 가지 의구심을 갖고 (재판소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판소원이란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청구하는 제도다.
함께 밥상에 앉으면 한 식구니까
■한국인의 밥상(KBS1 오후 7시40분) = 밥상에 둘러앉아 마음을 나누는 다양한 가족을 만나 진정한 ‘식구’의 의미를 되새긴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시집왔지만 한 가족처럼 살아온 곡성의 전주 최씨 집성촌 어르신들은 울금밥과 여주 깍두기, 수육을 나눠 먹는다. 포항의 한 노부부는 25년 전 북한에서 온 유빈씨를 양딸로 삼았다. 유빈씨는 명태머리순대, 닭곰 등 고향 음식을 만들어 부모님에게 대접한다.
5대째 명주 짜기, 대 이은 명장
■한국기행(EBS1 오후 9시35분) = 쌀, 곶감, 명주를 일컫는 삼백(三白)의 고장, 경북 상주. 5대째 가업을 이어 명주를 짜는 가족이 있다.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한 올의 실은 고급 옷감으로 재탄생한다. 옷감을 만들기 위해선 기다란 명주를 삶아 말려야 한다. 고된 일이지만, 허호씨는 조상이 지켜온 소중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아 가업을 이어받았다. 명주에서 삶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허호씨 가족을 만나본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이 세계를 들썩이고 있다. K팝과 까치·호랑이 캐릭터 등 한국 고유 문화상품뿐 아니라 김밥 같은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때 시작된 한식 관련 연구사업이 우리 식문화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는 반발이 시민사회와 식품업계, 그리고 정부 안에서 나오고 있다.
한식의 뿌리인 전통 장류는 콩으로 빚은 메주를 띄워 자연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다. 복합균이 오랜 시간 당화와 발효를 함께 진행해서 깊고 다양한 맛을 낸다. 이렇게 만든 장류는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효능을 지닌다.
일본에선 습한 기후로 인해 자연 발효가 쉽지 않아서 콩, 쌀 등을 쪄서 황국균 같은 단일균을 섞어 만든 누룩인 고지를 발효제로 썼다. 낱알 형태의 개량 메주 또한 고지의 일종이다. 일본 식문화의 근간인 고지는 자연 발효를 거친 우리 메주·누룩과 다르다. 고지에는 효소를 만드는 효모가 없다. 따라서 술을 담그려면 효모를 추가해야 한다. 일본식 고지를 쓰면 맛이 일정한 간장과 된장을 단기간에 만들 수 있다. 메주로 만든 장류는 맛이 다양하다.
현행 식품공전(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 관련 기준 등을 고시한 규정집)은 한식 메주를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 장류를 한식 간장과 한식 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일식 고지를 이용한 양조간장, 낱알 개량 메주로 만든 된장과 다르다. 고지 같은 생물효소제로 콩단백질을 분해해서 아미노산을 얻는 효소분해간장과도 별개다. 특히 염산으로 콩단백질을 화학분해하는 산분해간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올 3월 식약처는 식품안전연구원을 통해 식품공전의 장류 분류체계 개편 연구사업에 착수했다. 8월13일 식품안전연구원은 한식 메주와 개량 메주, 한식 간장과 양조간장, 한식 된장과 개량 된장을 각각 통합해 메주·간장·된장으로, 그리고 산분해간장과 효소분해간장은 소스류로 분류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2008년에야 어렵사리 조미식품류에서 떼어낸 장류 대분류마저 다시 없애겠다고 한다.
식품공전에서 한식 메주와 장류 분류가 사라진다고 해도, 농림축산식품부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통해 전통 장류의 명맥을 이어가는 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까다로운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은 전통식품기업이 100여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한식 장류 분류가 없어진다면 전통 장류를 생산하고 있는 많은 전통식품업체가 매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맡은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식 메주로 빚은 한식 간장과 한식 된장은 개량 메주, 양조간장, 된장과 한데 묶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는 제조방식이 다른 한식 간장과 한식 된장은 양조간장, 된장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신에 산분해간장을 혼합간장, 효소분해간장, 양조간장과 더불어 간장으로 분류하자고 한다. 반면 시민사회는 발효를 거치지 않고, 염산을 이용하는 화학간장을 간장이라 부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간장은 한식 된장과 함께 한민족 정서가 녹아 있는 K푸드의 뿌리이자 잠재력이다. 유네스코가 지난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한국의 장담그기 문화’는 다른 나라에서 흉내낼 수 없는 우리 것이다. 일본과 중국엔 우리가 느끼며 말하는 ‘장’이 없다.
다른 것을 같다고 강요할 순 없다. 메주, 간장, 된장은 선조가 물려준 대로 불려야 한다. 곧 열리는 국감에서 우리 메주와 간장, 된장이 원래 이름과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
때아닌 한·일 간장 통합 논란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길 원한다”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을 일깨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