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강간변호사 이재명 정부 첫 평가전 될 내년 지방선거···서울, ‘오세훈 대항마’는 누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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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211.♡.209.77) | 작성일 | 25-10-10 06:56 | ||
분당강간변호사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탈환할 수 있을까. 여야가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2년 차에 치러지는 만큼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체제 여당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성격이 짙다.
내년 6월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과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등 공석이 된 국회의원 등을 뽑는 빅이벤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3선 조승래 사무총장과 5선 나경원 의원이 이끄는 지방선거기획단을 꾸리고 선거 전략과 공천 기준 등에 대한 밑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여당은 오세훈 시장의 3연임을 막는 데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4선 박홍근·서영교 의원, 3선 박주민·전현희 의원과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오 시장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의 저격수를 자임하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일각에선 명태균 게이트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를 촉구하며 그 파장이 오 시장에 미치는 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다만 유권자 고령화, 부동산 이슈 등이 얽혀 보수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에서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 오 시장에 맞설 적임자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각 충남지사와 강원지사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차출설이 불거진 이유다. 당 일각에서는 거물급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 47.13%을 득표해 1위였으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55%)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9.94%)의 득표율 총합에는 못 미쳤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중도·보수층 표심이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의원은 “중도 확장성이 있는 후보가 나서야 또렷한 경쟁 구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내란 종식 프레임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정 대표의 대야 강경 기조가 중도층 표심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지도부에선 이 대통령 지지율이 60%선을 횡보하는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읽힌다. 또 다른 지도부 의원은 “오 시장이 예전처럼 참신한 인물, 대선주자의 이미지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당은 험지로 꼽히는 영남권에도 공들이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3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영남권에서 제일 치열하게 (격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5개 광역단체장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여권은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부산·경남(PK) 득표율이 40%에 육박했던 만큼 반전을 노릴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부산시장 선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최근 연이어 부산을 방문하며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공약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여권 유력 후보로는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꼽힌다. 출마를 선언한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을 비롯해 최인호·박재호 전 의원 등도 거론된다. 이 대통령 득표율이 20%대에 머문 대구·경북(TK) 지역은 국민의힘에 맞설 후보가 가시화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언급된다. 여당 지도부 의원은 “TK는 위기상황에서 더 결집되는 경향이 있어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당위원장인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과거엔 인적 풀이 풍부하지 않았지만 지역에서의 당세가 (20여년 전과 비교해) 3배가량 커졌고, 지지 기반도 두터워졌다”고 했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에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 지방선거에선 충남·충북·대전 광역단체장 모두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여권에선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4~8%포인트 격차로 충청 지역들에서 1위를 기록한 데에서 확인한 우호적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특히 충남지사 선거는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최근 충남도당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박수현 당 수석대변인, 복기왕 의원, 양승조 전 충남지사 등도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경기지사는 여권에선 이변 없이 사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동연 현 지사를 비롯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의원, 최고위원인 김병주·이언주·한준호 의원, 권칠승·김용민·염태영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경선 통과가 관건인 만큼 지지층에 선명한 메시지를 내려는 당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당선으로 비어 있는 인천 계양을은 상징성을 띠게 된 만큼 주요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여권에선 최근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서 보직 변경한 김남준 대변인의 출마설이 흘러 나오고, 일각에선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거론된다. 야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이 언급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의 첫 평가전이다. 승패에 따라 이재명 정부 임기 중반부 국정동력 확보 여부가 판가름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당은) 잘하는 것보다 잘못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한데, 현재는 (입법 추진 과정 등이) 거칠다. 각종 여론조사에도 나타나듯 경고가 계속 들어오는 것”이라며 “후보를 누구로 내세울지는 부차적인 문제이고 기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개(경기·전북·전남·제주·광주 제외)를 확보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14개(대구·경북·제주 제외) 광역단체장을 차지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고환율·고유가 부담 등으로 고정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데다 신생 항공사 진출도 잇따르면서 향후 단거리 노선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섬에어는 내년 상반기 신규 취항을 앞두고 운항관리사·정비사·객실승무원 등 직원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11월 설립한 소형 항공사인 섬에어는 국토교통부 항공운항증명(AOC)를 취득하면 사천~김포, 울산~김포 노선을 우선 운항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오는 12월 초 새 여객기 ‘ATR 72-600’을 도입한다. 기존 LCC가 통상 180석 규모의 중형 이상 여객기를 쓰지만 섬에어는 소형 항공기로 틈새 노선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섬에어 관계자는 “소형 공항 중심의 노선 전략으로 대형항공사(FSC)나 LCC를 보완하는 운영과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며 “사천·울산 취항을 시작으로 울릉도·흑산도·백령도·대마도(일본 쓰시마)등 국내외 공항으로 운항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파라타항공은 지난달 30일부터 양양~제주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생활가전업체 위닉스가 플라이강원을 인수해 사명을 바꾼 파라타항공은 현재 양양~제주, 김포~제주 노선을 한 편씩 운항한다. 김포~제주 노선도 추가할 예정이다. 연내 항공기 4대를 확보해 조만간 일본과 베트남 등 해외로 운항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기존 LCC와 달리 생수와 음료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파라타항공 탑승 후기를 보면 대체로 만족한다는 평가다. 항공업계는 시장 포화를 우려하고 있다. 기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에 이어 파라타항공이 가세하면서 국내 LCC는 총 9곳이 됐기 때문이다. 섬에어까지 공식 취항하면 10곳으로 늘어나 미국 LCC 업계(9곳)보다 많아진다. LCC들 상황은 실제로 좋지 않다.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서 성수기인 3분기 실적도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항공사들은 유류비와 정비비 등을 달러로 결제해 고정비는 증가하는데, 공급 경쟁 과열이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다. 운수권 확보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통합하면서 일본과 중국 등 중복되는 노선 운수권을 대거 반납, 재분배가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LCC 한 관계자는 “신규 경쟁자 등장은 업황이 좋아도 우려할 요인인데, 최근 적자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상황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어른아이할 것없이 문해력이 떨어진 시대라지만, 정작 MZ세대 사이에서 독서는 멋진 것으로 통한다. ‘텍스트힙(읽는 것은 멋있다)’이라는 유행어가 계속 쓰일 정도다. #북톡(책(book)+틱톡), #북스타그램(책+인스타그램). SNS에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감각적인 구도로 촬영된 짧은 책 소개 영상들이 넘치도록 나온다. ‘내 삶을 바꾼 인생책’이라거나 ‘첫 문장을 보면 절대 못 멈출 소설’과 같은 직관적인 제목이 많다. 필사할 때 편한 문구류나 분위기 좋은 독립 서점·북 카페 등 공간도 소개한다. SNS 세상 속 독서라는 소재는 레트로하면서 차분한 감성을 전달하기에 적격이라는 점도 텍스트힙 열풍에 일조했다. 배경이야 어떻든 읽는 것에 대한 관심이 살아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나의 취향을 보여주기 위한 패션 아이템처럼 책을 이용하는 것이 과연 내면을 성장시키는 ‘질적인 독서’가 될 수 있겠냐는 근본적 질문은 남는다. 텍스트힙 열풍은 잠깐 지나가는 유행이 될까, 아니면 책 읽는 신세대를 키우는 밑거름이 될까. 경향신문은 연구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독립서점 운영자, 학교 교사 등에게 ‘텍스트힙’을 바라보는 관점을 물었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연구하는 주민재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가 지난 3월 발표한 논문 <텍스트힙 현상 분석을 통한 모바일 네이티브의 콘텐츠 소비 양상 탐구>는 MZ세대의 책 소비 형태와 그를 우려하는 시선에 대한 좋은 길라잡이다. 그는 텍스트힙을 “독서 행위를 단순한 지적 활동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라고 정의했다. 주 교수는 전통적인 독서가 ‘텍스트와의 대화를 통한 인식의 통찰과 내면의 성찰’의 영역이었다면, 텍스트힙은 ‘독서 행위의 전시와 공유’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사적인 활동이었던 독서를 수행적이고 가시적인 것으로 변화시킨다고 봤다. “큐레이팅된 책장, 세심하게 연출된 독서 공간, 파스텔 색조의 책 표지 등이 SNS에서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콘텐츠로 사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독서는 상업화된 소비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는다”고도 했다. 그를 전시하는 것은 독서의 전통적 목적과는 거리가 멀기에, “독서가 아닌 ‘독서 행위’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15만 명이 다녀간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의 흥행을 보면서 이 주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밝혔다. “출판 시장에 아무런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데, 갑자기 ‘왜?’ 싶었어요. 인스타그램에도 갑자기 해시태그가 뜨는 거죠. ‘#텍스트힙’ ‘#북쉘프투어(책장투어)’ 등 게시물을 보면서 ‘사진 찍으러 간 사람들이 많겠구나,’ 이해하게 됐습니다.” 주 교수는 텍스트힙에 열광하는 사람들 전부가 질적 독서로 나아갈 확률은 낮게 봤다. “요즘 소설책도 트렌드에 맞춰 너무 예쁘게 나오지 않나요? 앞으로 책보다 책 표지가 더 많이 소비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는 “책을 계속 보는 저조차도 남이 선물한 책은 관심사와 멀어 잘 안 읽게 된다”며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취향을 찾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책을 구체적으로 읽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특히 남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책에 휩쓸릴수록 정작 ‘내게 맞는 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 교수는 텍스트힙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관심 있는 100명 중 5명이라도 책을 읽게 된다면 다른 가능성이 열리는 게 아니냐는 것에 근본적으로 동의합니다.” 구독자 4만 명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독지(@pdyeah)는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한 지 1년째인 서른 살이다. 그는 자신의 채널에 일상을 기록하는 영상을 이따금 올린다. 책을 소개하는 ‘북튜버’는 아니지만, ‘퇴사 후 한 달 동안 책만 읽기’ 영상이 47만 회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영상을 보면 그는 굉장한 수준의 독서가다. 그는 스무 살 무렵부터 막연한 의무감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독서에 흥미가 생겼다고 밝혔다. 그가 자체 집계한 10여 년간의 ‘완독’ 권수는 최소 349권이다. 이 책들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자신을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켰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유튜브로 책 읽기를 권한다. 김독지는 ‘쇼츠 시대에 책 읽는 법’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책은 원래 읽기 어렵다. 애써 읽고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그 불편한 읽기와 생각이 독서를 특별하게 만든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너무 편해서 나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다.” 그가 책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방식은 주 교수의 조언과 일맥상통한다. 관심사에 맞고 재미있는 책을 골라보라는 거다. 일단 도서관에 가서, ‘불안’이 고민이라면 그 키워드를 검색해 자신과 맞는 책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김독지는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제가 가진 습관 중 가장 좋은 것이라고 느끼는 게 독서”라며 “공유하는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책 관련 영상을 만드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책 읽기는 적극적으로 타인의 언어를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이라며 “모든 게 빠른 시대일수록 책처럼 느리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텍스트힙 현상을 좋게 봤다. “유행도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에서 20대의 독서율(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비율)이 74.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던 것을 보고 “독서 말고도 즐길 것이 많은 시대에 이런 수치가 나오는 것도 유행의 영향이 아닐까” 싶었다고 한다. 이어 “냉소하기보다는 독서에 관심 갖기 시작한 이들이 어떻게 더 쉽게 책을 읽게 할지 고민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은지씨(33)는 지난 3월 서울 광진구에 독립서점 ‘피리의 서재’를 열었다. 지난달 16일 서점에서 만난 그는 독서가 취미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타고난 ‘책수저’였다고 했다. 여러 마케팅 회사에서 직장인으로 일하길 10년, 지금의 그는 프리랜서 마케터로서 외주 일을 겸하며 책방을 꾸려가고 있다. 김씨는 책방 인스타그램 계정(@piribrary) 릴스 영상에 직접 출연해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어느덧 8300명의 팔로워를 모은 이 계정의 게시물은 ‘#북스타그램’을 검색하면 상단에 자주 노출된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그는 “책을 진지하게 읽던 터라 가볍게 푸는 게 어려웠다. 책 안 읽는 사람도 콘텐츠로서 영상을 끝까지 보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감명받은 구절에 표시해두는 사람은 많지만, 김씨는 유독 포스트잇을 많이 붙이는 편이다. 인덱스(색인)가 잔뜩 붙여진 책은 인기 좋은 영상 소재다. 김씨는 “처음에는 구독자를 모으기 위해 흥미, 정보성 콘텐츠를 많이 올렸다면 최근에는 제 책 취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 김씨는 최근 김애령 작가의 철학책 <듣기의 윤리>(2020)를 “2025년 내가 읽은 114권 중, 그리고 아마 (목표인) 130권 중에서도 최고의 책이 될 것 같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책방을 찾는 사람들은 철학보다는 소설·에세이 분야에 관심이 많지만, ‘피리의 올해의 책’이라고 쓴 포스트잇을 붙여 잘 보이는 자리에 뒀다. 마케터 출신답게 그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서점 업계 내에는 ‘책을 콘텐츠화하는 게 맞나? 너무 가벼운 건 않은가’ 우려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그는 “가벼워진다는 게 진지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내용과 상관없이) 예쁜 책이 잘 팔리는 경향도 분명 있다”고 했다. 그래도 관심사를 넓혀가는 독자를 책방에서 만나면 반갑다.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으면 “요즘 어떤 주제에 관심이 많으세요?”라는 역질문으로부터 시작해 책을 추천한다. 김씨는 “처음이 어려울 수 있지만, 이탈하지 않고 독서 문화에 머무르게 되면 자연스레 다음 책을 원하시더라”며 “단편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장편을 읽고 싶다거나, 이젠 에세이가 아닌 책도 읽어보고 싶다거나. 나아가는 분들을 보다 보면 희망을 품게 된다”고 했다. 요즘 SNS에서는 좋은 글귀를 종이에 필사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Z세대 사이에서 필사책 판매량이 전년 대비 692% 상승했을 정도로 인기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김재우 교사는 수업 시간의 일부를 ‘시 필사하는 시간’으로 떼어둔다. 필사가 유행하기 전인 2017년부터 시작한 교수법이다. 시를 눈으로 한 번 훑은 뒤 쓰게한다. 손으로 적을 때는 말뜻을 생각하기보다 글씨를 따라 쓰는 것에 집중하라고 한다. 이후 다시 읽어 보며 마음에 드는 부분에 밑줄을 긋게 한다. 중요한 건, 모르는 단어가 있다면 찾아보는 것이다. 김 교사는 “한문 교과가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이 되면서 아이들이 한자어를 잘 유추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영어를 잘하기 위해 단어를 암기해야 하듯, 국어도 단어 뜻을 진득하게 고민하고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짧게라도 시에 대한 자기 감상을 써보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사는 “처음에는 못 쓰겠다고 하던 아이들도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더라”고 했다. 학생들이 시에서 위로를 받는 걸 보는 게 그의 보람이다. 그가 아이들과 나누던 시를 엮은 필사책 <수요시식회 필사노트>는 최근 5쇄를 찍었다. 김 교사를 지난달 24일 저녁 서울 광진구의 독립서점 도토리책방에서 만났다. 서울시가 지역서점의 독서모임 등을 지원하는 ‘서울형 책방’ 사업의 일환으로 김 교사가 진행하는 무료 필사 모임이 열렸다. 20대부터 50대까지, 기자를 포함한 8명의 여성 신청자들이 모였다. 각자 마음에 드는 시를 적어보고 감상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최근 1~2년 사이에 책과 필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이들이 많았다. 이 모임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알게 됐다는 직장인 심은비씨(28)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매일 출근하기 전, 세계문학전집 글귀를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그를 필사한다. 심씨는 “한두 문장일 뿐이지만, 일상에 주도적으로 여백을 만드는 느낌이 좋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 주민인 안정현씨(41)는 지난해 서울시민예술학교에서 4주에 걸쳐 시 관련 프로그램을 들었다. “막연히 알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는 그는 이후 시 모임을 하는 독립서점들을 찾게 됐다고 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잘 안 보다가 최근 2년간 서점을 자주 찾고 있다”고 한다. 서울국제도서전도 올해 처음 다녀왔다. 안씨는 인스타그램에 보이는 책 관련 게시물 덕에 다시 독서와 가까워진 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SNS에서 ‘좋은 책’이라며 붐이 일어나는 것도 좋게 본다”고 했다. “대중들도 다 알아보거든요. 얼토당토않은 책이 유행하지는 않아요. 저는 ‘무슨 책 읽나?’ 서로 궁금해하고, 또 추천하는 문화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또 재미있잖아요.” 이번 취재를 하며 수차례 들은 ‘재미’라는 말이 안씨의 입에서도 나왔다. 안씨와 심씨는 SNS 게시물을 계기로 책을 읽는 재미를 찾아낸 이들이다. 비록 이들은 소수일지 모르지만, 작은 불씨가 충분히 더 깊은 독서 경험으로 옮겨 붙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독서가 아직 힙한 지금은 그 사례를 늘릴 방법을 찾을 때다. 용인불법촬영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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