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용접 대법원이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시작된 더불어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이 추석 이후 국정감사에서 재개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국감인 데다 민주당이 줄곧 강력한 ‘사법개혁’을 천명하고 있어 사법부와 일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3일과 15일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국감을 진행한다. 원래 13일 하루로 예정됐으나, 법사위가 민주당 주도로 15일 대법원 청사 현장 검증까지 의결하면서 이틀로 늘었다.
민주당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대선 후보 파기환송 판결 과정의 정당성을 살펴보고, 앞서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대법관 증원 관련 예산 산출 근거를 보기 위해 현장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미애 법사위원장 등 강경파들은 기관장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기관 증인으로 채택하고,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과 한 전 총리를 일반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 앞에 설 가능성은 낮다. 그간 국감에서는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은 인사말을 한 뒤 자리를 떠나고, 법원행정처장과 헌재 사무처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것이 관례였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30일 대선 개입 의혹 관련 청문회에도 ‘사법부 독립성’을 이유로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불출석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이번 국감을 청문회 수준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15일 대법원 청사 현장 검증에선 조 대법원장 컴퓨터의 지난 5월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결정 당시 기록도 보겠다며 벼르고 있다.
법사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을 진행 중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현장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 부장판사가 지난 3월 이례적인 해석으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제기한 지 부장판사의 접대 의혹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을 내릴 때 즉시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박세현 전 서울고검장은 14일 법무부 대상 국감 증인에 이름을 올렸다.
대법원장 사퇴 요구나 탄핵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현희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9일 조 대법원장이 국감에 출석하지 않으면 “일반 증인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며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가 대법원장의 답변을 듣는 것은 국회의 권한”이라며 불응 시 탄핵 추진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클라우드 기반 G드라이브 자료 저장소가 전소되면서 74개 기관 공무원 19만명의 업무자료가 모두 사라졌다. G드라이브는 별도 백업(복사 저장)이 없어 복구도 불가능하다. 장기간 축적돼온 귀중한 행정자료들이 몽땅 소실된 셈이다. 이번 화재로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시스템이 사라져 장애인활동지원사 급여 지급과 장애인 바우처 사용 등에서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화재로 인한 행정자료 손실이 추석 전후 취약계층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1월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행안부는 2024년 1월31일 ‘디지털 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을 마련해 1·2등급 정보시스템 전반에 재해복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사시 한쪽 공공망이 멈추면 다른 쪽이 즉시 작동하도록 하는 ‘이중화’를 전면화하는 쪽으로 재해복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행안부는 그러나 석 달 뒤인 4월 ‘정보시스템 등급별 2025년 예산 수립 기준’ 지침을 각 부처에 돌려 1·2등급 정보시스템의 이중화 구축 투자를 금지하도록 했다. 대국민 발표를 뒤집는 행정지침을 내린 것이다. 대규모 감세로 재정 부족에 빠진 윤석열 정부가 긴축 차원에서 공공망의 보안·안전 투자를 막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번 화재로 손실된 대전 본원의 647개 시스템 중 248개(38%)는 이중화는 물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백업조차 없는 실정이다. 관련 투자가 제때 이뤄졌더라면 손실이 없거나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화재로 전자바우처 시스템이 사라져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의 근무내역 입력이 불가능해지고 급여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혼란이 커지고 있다. 활동지원사의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 가정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가 관련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으나 추석 명절에 복지서비스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챙길 것을 당부한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전 정부를 탓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중화’는 말할 것 없이 공무원 데이터가 대거 백업 시스템 없이 불에 타버려 복구 작업과 데이터 손실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윤석열 정부의 행정 과오에 대해 철저히 진상과 책임을 규명해 국가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제주4·3 사건 왜곡 논란이 불거진 영화 <건국전쟁2>에 대해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은 모두 다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범죄를 포장한다”고 반발했다. 제1야당 대표가 국가폭력을 미화하고 왜곡했다는 논란이 있는 영화에 동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장 대표는 9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건국전쟁2>는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이라며 “영화 보는 것 자체를 문제 삼거나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폄훼한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또 하나의 프레임이자 역사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지난 7일 <건국전쟁2>를 관람한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자 반박한 것이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전날 성명에서 “4·3 당시 제주도민 탄압에 앞장섰던 박진경 대령 등을 미화하는 영화에 대한 (장 대표의) 감사 표시는 3만명의 4·3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영화를 관람한 직후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역사적 사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입틀막’이 됐다”며 “희생이 있었다고 해서 역사적 사실이 반드시 한쪽으로 기술되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금지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체제전쟁은 역사전쟁과 문화전쟁에서 시작된다”며 “이 영화를 본 것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는 해방 이후인 1947년부터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까지 제주에서 벌어진 4·3 사건을 강경 진압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을 매개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장 대표가 지난 8월 취임 전후로 펼쳐온 극우적 행보를 이념·역사적 차원에서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 대표가 제주도민 학살 등 국가폭력이 자행된 4·3 사건 왜곡에 사실상 동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영훈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 “수만명의 제주도민을 학살한 제주4·3은 국가가 저지른 참혹한 폭력이자 범죄였다”며 “장 대표가 범죄를 ‘다양한 역사적 관점’으로 포장했다”고 썼다.
이날 당내에서는 강경 보수층 위주의 행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보수 결집 때문에 영화를 본 것 같다”며 “중도 확장을 위해 활동 영역을 넓혀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소희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굳이 이렇게 논란을 일으켜야 할까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 때인 2000년 제주4·3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이 제정됐고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4·3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국회는 2021년 특별법을 전부 개정하며 피해자·희생자 명예회복과 지원을 강화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4·3 사건 발발 요인 중 하나인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의 무장봉기에 초점을 맞추며 이승만 정권의 국가폭력 실태를 도외시하는 듯한 주장이 제기돼왔다. 2023년 태영호 당시 의원은 “4·3 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