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료 검찰개혁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시작한 건 노무현 정부다. 상명하복 등을 규정한 검사동일체 원칙을 검찰청법에서 삭제했다. 무엇보다, 검찰개혁이 국민적 화두로 떠올랐다. 그 계기가 된 것이 2003년 3월9일 TV로 생중계된 ‘검사와의 대화’였다. 노 전 대통령과 평검사 대표들이 검찰 인사 문제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검사들의 태도는 무례했고,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민정수석으로 그 자리에 배석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검사들의 태도는 목불인견이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검찰’ 책임이 있는 검찰 수뇌부를 물갈이하려 했다. 그런 다음 부당하게 간섭하지 않으면 검찰이 제자리를 찾으리라고 봤다. 그러자 전국의 검사들이 들고일어났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검찰장악 시도로 규정했다. ‘검란’이라는 말이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이후에도 대검 중수부 폐지,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수사권 축소 등 검찰개혁 시도가 있을 때마다 크고 작은 ‘검란’이 반복됐다. 검찰총장이 항의 표시로 사퇴하거나 중요 수사를 볼모 삼아 개혁에 저항하는 일도 있었다.
검사들의 명분은 항상 ‘공익’이었다. 그런 이들이 정작 검찰이 권력의 사병집단 노릇을 한 윤석열 집권기에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오히려 검사 출신 ‘우리 대통령’ 체제에서 떨어지는 권력의 떡고물을 즐겼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검찰은 형편없이 망가졌고, 급기야 검찰청이 1년 뒤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검사 40명이 검찰청 폐지 법안 처리에 반발해 지난달 30일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는 입장문을 민중기 특검에게 전달했다. 또다시 검찰개혁에 반기 든 집단행동이요, 검사는 공직자 위 별세계에 사는 듯 한 특권의식이다. 그러나 검사들의 집단행동이 어느 정도 먹혔던 과거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제 같은 ‘공익’을 이야기해도 검사들이 말하면 ‘사익’ 취급받는다. 켜켜이 쌓인 여론의 냉엄한 복수다. 그들의 잘못으로, 이제야 김건희를 수사하는 검사들이 어찌 김건희 특검을 흔들 수 있는가. 그런데도 제 잘못부터 처절히 반성해야 할 검찰이 피해자 코스프레와 유아적 떼쓰기를 하고 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에서 외부인과 차담회를 할 때 종묘 영녕전의 신실까지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실은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를 모시는 곳으로, 평소 관람 및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곳이다.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김 여사는 지난해 9월3일 종묘 망묘루에서 차담회를 열기 전 영녕전을 방문했다.
영녕전은 세종 3년인 1421년에 지어진 건물로 태조 이성계의 4대 조상과 그 배우자, 정전에서 옮겨 온 일부 왕과 왕비, 추존된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신 곳이다. 신실은 총 16곳이다. 1985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당시 대통령실) 문체(문화체육)비서관실에서 김 여사 동선 관련해 영녕전 1신실 개방을 요구했다”고 임 의원에게 답했다. 국가유산청은 “9월2일 오전 8시부터 진행된 종묘 차담회 사전답사에서 문체비서관실은 김 여사 이동 동선을 소방문에서 하차, 영녕전을 거쳐 망묘루로 이동하는 것으로 정리했으며, 영녕전의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신실 1칸을 개방할 것을 지시하여 개방하게 됐다”고도 설명했다.
영녕전에는 김 여사와 통역사, 이재필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장, 외국인 2명이 동행했다고도 국가유산청은 설명했다. 당시 동행한 외국인은 유명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의 가족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김 여사는 9월3일 오후 2시50분쯤 종묘 소방문에 도착했으며, 영녕전을 거쳐 망묘루까지 약 20분 동안 이동했다. 김 여사는 열린 신실을 문 밖에 서서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종묘 휴관일 망묘루에서 차담회를 연 것도 사적 무단 사용이라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종묘 내에서도 신성한 공간인 신실을 둘러봤다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녕전의 신실은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 종묘대제와 11월 첫째 주 토요일 추향대제 행사 때만 문을 연다. 종묘 내에는 신실을 재현한 공간이 있는데, 그곳이 아닌 실제 신실 문을 열었다는 점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오경 의원은 “김 여사 일행의 사적인 사용을 위해 신실 개방을 요구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며 “위법성 여부를 떠나 영부인 스스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