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상품권현금화 이재명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식료품 물가 관리를 주문하면서 식품업계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석 달 전 ‘라면 1개에 2000원’을 꼬집었다면 이번에는 ‘바나나 값은 도대체 왜 오르냐’고 콕 집었다. 농산품 가격 안정화는 유통 단계를 줄이는 것이 핵심으로, 상대적으로 정부 입김이 작용하기 쉬운 가공식품 가격 통제만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물가 동향을 보고받으면서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나. 이는 정부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관계부처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유통망 독과점과 담합 가능성을 언급하며 “조선시대 때도 매점매석한 사람을 잡아 사형시키고 그랬다”고 했다.
이 대통령 발언을 놓고 식품업계 해석은 분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료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점검하고 다음 단계까지 검토하라는 메시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기업을 불러서 ‘가격 내리라’고 했는데, 이재명 정부는 명분을 만들어 매너있게 ‘압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식료품 물가 문제는 가공식품과 농산물로 나눠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중간 도매상 등 복잡한 유통구조를 당장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소비자가 농산물을 사기 위해서는 대개 현지 생산자와 공판장, 도매상, 대형 유통업체, 소매상 등을 거친다. 생산지에서 판매지까지 올 때까지 거치는 단계가 많아 예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다. 그러나 유통 단계마다 지역 일자리가 연결돼 있어 이 문제는 과거 여러 정권에서도 좀처럼 해결하지 못했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 이상기온으로 생산비 증가와 수확량 감소 등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가격 변동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언급한 바나나는 수입 과일이지만 다른 농산물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조금 풀리긴 했지만 우리 농산품은 아직 수입품으로부터 많은 보호를 받고 있다”며 “다른 나라 농산품은 가격이 뛰면 수입품으로 완화해줄 수 있지만 국내 상황은 다소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온라인 도매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가락시장과 같은 도매 시장을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구입처로 바로 보내 기존 유통단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6% 수준인 온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공식품 가격으로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체들은 환율 상승 등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호소한다. 영업이익률이 평균 5%가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도 소비자 가격을 낮추지는 않아 비판받고 있다.
양 교수는 “라면처럼 그간 식품기업에 정치적 압력을 넣어 가격 상승을 막아보려고 했다가 이번처럼 정권 공백기에 대거 가격을 올리는 등 왜곡된 시장을 만들었다”며 “이번 기회에 유통 구조를 제대로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같은 논란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6곳이 재해재난 등으로 주 서버가 마비되더라도 다른 서버를 통해 이를 복구할 수 있는 ‘이중화 시스템’ 구축이 제대로 안되어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발생한 국가행정·업무시스템 마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도 이중화 시스템의 부재가 꼽힌 바있다.
2일 경향신문이 지방행정시스템 운영현황에 대해 17개 광역지자체에 문의한 결과 “이중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응답한 곳은 대구광역시 한 곳에 그쳤다. 나머지 16곳은 “시도행정시스템이나 세무·도시관리·민원시스템 등 일부만 이중화되어 있다”고 응답했다.
중앙정부처럼 각 지자체들도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데이터를 보관하고 지방행정에 필요한 각종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국정자원 화재로 ‘국민신문고’ 등 중앙정부와 연계된 서비스는 중단됐어도 지자체 개별 홈페이지나 대민·민원서비스 등이 정상 운영된 배경이다.
대구의 경우 달성군에 재해복구서버를 두고 이중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2022년부터 3년간 68억원을 투입해 이중화를 구축했다”며 “재해재난 발생 시 4시간 이내 시스템 재가동을 목표로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16개 광역지자체는 이중화 시스템 구축 여부와 범위가 제각각이었다. 광주와 전북, 제주 등 3곳은 정부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활용 시범사업’을 통해 지방행정시스템 일부를 민간기업에 이관해 관리 중이다.
광주는 시스템 중요도 등을 평가해 102개 시스템 중 36개를 NHN클라우드에 이관했다. 제주는 지방공기업 시스템을 포함한 230여개 시스템을 KT클라우드를 통해 관리 중이다. 전북도 서울에 서버가 있는 삼성SDS클라우드에 이관했다. 민간 클라우드의 경우 이중화가 구축되어있다. 다만, 이들 지자체 역시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의 경우 이중화가 안되어있어 순차적으로 이관 관리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서울·경기·부산 등 나머지 13곳은 시스템 운영 구조가 비슷했다. 법률에 따라 재난복구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인 일부 시스템만 이중화하거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해 이중화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시스템들은 백업 데이터를 저장해 관리하는 수준이다.
서초구와 마포구 등 2곳에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서울시는 행정안전부가 ‘1등급’ 시스템으로 지정한 세무·공공서비스예약 등 16개 시스템만 이중화로 운영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 외 다른 시스템은 데이터를 백업해 관리 중”이라며 “시스템 중요도에 따라 이중화 구축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에 데이터센터를 둔 경기도 역시 “중요도에 따라 주단위, 월단위로 데이터를 백업하지만 이중화 시스템은 없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시도행정망이나 건축·건축행정지원시스템 등 일부만 이중화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예산 문제를 들어 이중화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도행정시스템을 제외하면 지자체 대부분 데이터를 백업하는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예산이 많이 들기때문에 이중화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자원 화재 사태를 계기로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남도 관계자는 “시스템 이중화에 필요한 비용을 국비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인건 17개 광역지자체 모두 시스템 배터리로 화재 위험성이 덜한 납축전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국정자원과는 달리 배터리는 서버 등 네트워크 장비와는 별도의 공간에 마련돼 관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이미 아마존, 구글과 협력해 정부 데이터의 70%를 민간으로 넘기고, 반드시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30%만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며 “이중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예산이 들기때문에 민간에 시스템을 위탁하면 정부 예산도 아낄 수 있고 민간산업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