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최근 ‘맨키핑(남자 관리·mankeeping)’이란 용어가 화제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포브스 등 주요 매체와 코스모폴리탄, 보그 등 라이프스타일 전문 잡지가 맨키핑 개념을 소개했고, 온라인상에선 이에 공감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3일 관련 연구와 외신을 종합하면, 맨키핑은 ‘남자(man)’와 ‘돌봄·관리(keeping)’를 합한 신조어로 이성애 연인 관계에서 여성이 남성의 감정적 요구를 채워주기 위해 수행하는 불균형한 감정노동을 의미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2024년 발표한 연구 ‘맨키핑에 관한 이론화: 남성 우정의 침체와 젠더 불평등의 구조적 구성 요소로서 여성의 관련 노동’에서 이 용어를 처음 도입했다. 여성이 가족(kin) 내 감정적 유대를 도맡는 것을 지칭하는 ‘킨키핑(kinkeeping)’을 변용한 개념이다.
연구진은 이성애 연인 관계 바깥에서 친밀감과 감정적 개방을 경험하는 남성이 여성보다 적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서구 남성 집단에서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규모와 질이 여성들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감소하는 이른 바 ‘남성 우정 쇠퇴’ 현상이 관찰됐다.
일례로 2018년 영국에서는 ‘아무런 우정 관계가 없다’고 답한 남성이 27%였으며, 남성 47%가 ‘친구에게 문제를 털어놓을 수 없다’고 답했다. 미국·캐나다·호주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남성 51%가 감정적으로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없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가까운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남성은 1990년 약 3%에서 2021년 15%로 크게 늘었다.
이러한 현상에 착안해 연구는 ‘만약 점점 더 많은 남성이 사회적 지지의 원천을 갖지 못한다면 그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여성의 시간, 자율성, 웰빙에는 어떠한 연쇄적 효과가 나타날까’란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남성의 사회적 네트워크 결핍이 그와 친밀한 관계의 여성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남성 스스로 채워야 했던 사회적 네트워크의 손실을 그와 연애하는 여성이 메꿔주면서, 둘 사이 젠더화된 감정노동 즉 ‘불평등한 의존’이 발생한다는 것이 맨키핑의 핵심이다.
예를 들면 남성의 사회적 소통과 네트워크를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 맨키핑이다. ‘그 친구한테 연락해봐’, ‘이 친구랑 만나봐’라고 하거나, ‘어머니한테 전화해’라고 안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다른 사람과 연락하거나 만날 수 있도록 행사를 만드는 일도 포함된다.
또한 다른 이들로부터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향한 지지를 끌어내는 것 역시 맨키핑에 해당한다. 친구로부터 감정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지나치게 많은 감정적 지원을 받는 것, 여성이 남성에게 소통법과 감정 표현법을 가르치는 것까지도 맨키핑의 예시다.
‘남성들이 친구가 없어 여성들이 그 부담을 짊어진다’, ‘여성이 자신의 남편을 다른 남성과의 만남(man date)에 보내는 일은 드물지 않다’ 등의 인식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러한 현상에 관한 연구는 부족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성들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축소되는 규모 자체가 여성이 남성을 대신해 수행하는 불평등한 노동의 범위를 확장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맨키핑은 가부장적 사회 관계가 일상적으로 재생산되는 본질”이라고 평가했다.
▶ ‘친구’에게도 드러내기 어려운 남자의 ‘약한 모습’…‘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맨키핑 논의에서 중요한 점은 여성은 남성 연인에게서 맨키핑과 같은 관리를 받지도 못하며 대체로 그것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는 것, 즉 관계의 불균형성이다. 여성은 동성 관계에서 정서적 지지를 얻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여성은 남성과의 관계에서 돌봄, 상담, 일정관리와 같은 감정노동을 수행하지만 그 반대는 잘 성립하지 않는다. 보답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이처럼 젠더화된 감정노동의 특징이다.
연구를 수행한 심리학자 안젤리카 푸지오 페라라 박사는 “여성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지의 연결점(node)을 여럿 가지고 있던 반면, 남성들은 대부분 여성 파트너에게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또한 그는 “여성들은 남성들의 사회적 지지 체계의 중심, 혹은 사실상 유일한 역할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요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이성애 연인 관계가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남성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임상 사회복지사 저스틴 리오이 역시 이성애자 남성 내담자들이 여자친구와 아내 외에는 거의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파트너들이 사실상 비공식적 치료사가 돼버렸으며 모든 감정 노동을 하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일각에선 젊은 세대 여성이 연애를 회피하는 사유로 맨키핑 부담을 꼽기도 한다. 2024년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싱글 여성과 남성이 연애를 원하는 비율은 각각 38%와 61%로 큰 격차를 보였다.
현상을 제대로 명명하는 것부터가 논의의 시작이다. 푸지오 박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전세계 사람들로부터 ‘내 이야기’라는 이메일과 편지, 댓글을 받았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관계의 불평등에 지쳤고 이런 패턴을 어떻게 바꿀지 조언을 원한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맨키핑 현상에 관한 대안으로 남성들이 우정에 좀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심리학자·커플상담사 트레이시 달글리시는 “한 사람의 다른 이의 정서적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순 없다”며 “남성에게도 사회적 연결이 필요하다. 남성은 다른 남성과 함께 약해지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NYT에 밝혔다. 연구진 역시 논문에서 “남성의 실질적 상호작용이 돌봄, 개방, 애정이란 특징을 갖고 이뤄지도록 촉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효과가 떨어졌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소비쿠폰으로 2조원이 넘는 매출이 새로 발생했고, 관련 업종 매출도 5%가량 증가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1일 최근 소비동향 관련 브리핑을 열고 소비쿠폰 효과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국가데이터처는 전날 산업활동동향을 통해 지난 8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2.4%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소매판매가 1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자, 일각에선 소비쿠폰 효과가 한 달 만에 끝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다. 이에 정부는 급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소비가 감소했을 뿐 전반적인 소비 증가세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추석 이동 효과와, 전달(7월) 신제품 출시로 큰 폭으로 소비가 늘었던 데 대한 기저효과 등으로 소매판매가 줄었다는 것이다.
김재훈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8월 소매판매 하락은) 올해 추석이 10월이라 추석 전 선물 구매가 9월로 밀린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9월에는 소비 지표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소비쿠폰 영향 분석 결과도 공개했다. KDI 분석에 따르면 소비쿠폰 지급 직후 6주간 소비쿠폰 사용 가능 업종의 매출은 지급 직전 2주 대비 평균 4.93% 증가했다. 사용 불가 업종은 유의미한 매출 변화가 없었다.
KDI는 6주간 소비쿠폰으로 새롭게 창출된 매출액을 약 2조1073억원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사용된 소비쿠폰액 5조원의 약 42.5%에 해당한다. 이는 2020년 지급된 재난지원급의 한계소비성향(26.2~36.1%)보다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의류·잡화·미용(12.1%), 음식점·식음료(6.4%) 등 분야에 매출 진작 효과가 집중됐다.
다만 정부는 분석 기간에 시행된 다른 내수 대책도 이같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해당 기간 동안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외에도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숙박쿠폰 지급 등의 내수 진작 대책을 시행했다.
소비쿠폰의 정확한 승수효과를 포착하기에는 분석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또 신용·체크카드 형태 외에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지급된 소비쿠폰의 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
김 국장은 “매출액 증가분은 보수적으로 추정했다”며 “3분기에는 소매판매가 13분기 만에 플러스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