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재생에너지·원전 늘어나 에너지 생산 부문서 ‘5.4% 감축’산업계 저감 노력 부족…이대로면 2030 NDC 달성 어려워
지난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재생에너지·원자력발전이 늘어난 영향으로,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온실가스 감축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20일 공개한 ‘2024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을 보면 지난해 국내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6억9158만t으로, 전년보다 1419만t(2%) 줄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20년부터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확정치보다 1년여 앞서 잠정배출량을 추산해 공개하고 있다. 2024년 확정치는 2026년 하반기에 공개된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이 늘어난 덕에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전환 부문)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1834만t으로 집계됐다. 전기 사용량이 전년 대비 1.3% 증가했음에도 배출량은 5.4% 줄었다. 석탄 발전량이 9.6% 줄고, 재생에너지와 원전 발전량이 각각 8.6%, 4.6%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 부문 배출량은 2억8590만t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 일부 업종의 경기가 살아나며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유업과 철강업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은 ‘제품 1단위당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이 오히려 증가했다. 정유업은 1배럴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 양이 지난해 1만6300t으로 전년보다 3.8%, 철강업은 1t 생산 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1.57t으로 4.7% 늘었다. 산업계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민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산업 부문은) 저감 기술 도입과 같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나타내는 원단위 개선 지수가 소폭 악화되거나 거의 변화가 없고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은 9750만t으로 전년(9780만t)과 비슷했다. 건물 부문은 4360만t으로 전년(4480만t)보다 2.8% 감소했다. 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올라 난방을 덜 한 탓에 도시가스 소비가 2.5%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이 수치에는 전기 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량이 빠져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특히 지난해에는 폭염 등의 영향으로 건물 부문 에너지 총사용량이 전년보다 3.9% 늘었다. 온난화로 난방 수요가 줄어도 냉방 수요가 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할 수 있다. 에어컨 냉매로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FCs)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3500만t으로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이런 속도라면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의 40%를 줄이기로 한 2030 NDC 달성이 쉽지 않다. 2030년 배출 목표치는 4억3660만t으로 앞으로 총배출량 기준 2억200만t을 감축해야 한다. 남은 기간 연평균 3.6%씩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최 센터장은 “2030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등 보다 강도 높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정부의 감축 속도가 목표와 크게 괴리돼 있다”며 “해법은 석탄발전소 퇴출을 2035년으로 앞당기고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두 배 이상 높이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방미 일정을 앞두고 순방에 동행하는 경제인들과 만나 “이번 방미 동행 기업들은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세협상 후속조치와 조선업 등 경제협력과 관련해서 재계와의 ‘원팀 모드’ 속에서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용산 대통령실에서 ‘미·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를 주재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이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나 오는 25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 분야의 성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방안 등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이번 관세협상 과정에서 기업인이 애를 많이 써줘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며 “정부의 최대 목표는 경제를 살리고,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수출 여건 변화로 정부와 기업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말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한·미 관세협상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돼 우리 기업인의 성장 가능성이 회복됐다”며 “정부의 파트너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대미 투자와 별개로 국내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부가 가치 산업을 육성할 수 있게 관련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발상을 전환해 미래 산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달 말 관세협상에서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포함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마스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선 국내 기업들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한화오션·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범정부 차원의 ‘마스가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다.
강 대변인은 “조선업 관련해서는 워낙에 미국의 관심 분야이기도 하고, 이번에 관세 협상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간담회 내용을) 다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향후 우리 미래의 먹거리 문제에서도 그렇고, 앞으로도 조선업과 관련된 부분은 정상회담을 비롯한 관세의 마무리에서도 중요한 의제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류 회장과 이 회장, 서 회장 외에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광모 LG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두고 “원칙적 부분에 있어서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가야 할 부분도 있다”며 재계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두 법안 모두 경제계 반발이 큰 상황이어서 이 대통령이 직접 처리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기업에 대해서도 규제를 철폐한다거나 배임죄 같은 부분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듣지 않는 자들의 공화국일리야 카민스키 지음 | 박종주 옮김가망서사 | 96쪽 | 1만9000원
작은 마을 바센카에 어느 날 군대가 들어와 인형극을 보고 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해산을 명령한다. 하지만 소리를 듣지 못하는 소년 페타는 군대의 해산 명령을 듣지 못하고 결국 총에 맞아 쓰러진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저항의 의미로 군인들의 소리를 듣지 않기로 한다. 폭력과 억압에 맞서는 무기로 침묵을 택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출신 시인 일리야 카민스키는 가상의 마을 바센카를 배경으로 군대에 맞서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서사시로 그린다. 시는 헬리콥터가 거리를 폭격하고 광장에서 시민들이 처형당하는 순간에도 사랑을 하고 신혼을 보내고 아기가 태어나는 일상을 찬란하게 묘사한다. 전쟁이라는 비극 속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저항하는 자들의 침묵이 소스라치게 선명한 소리를 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야기는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린 약자들의 삶과 변화하는 인간성도 비춘다. 마을 사람들에게 수어를 가르치며 저항에 앞장선 소냐와 알폰소는 총칼로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고, 혁명을 부추긴 인형극장 주인 갈랴는 사람들에게 배척당한다. 장기화한 혼란과 공포 속에서 분열하는 연대, 인간이 가장 나중까지 지닌 것은 무엇인지를 노래하는 시어는 슬프면서도 애틋하다.
시의 배경인 바센카는 가상의 마을이지만 온전히 상상된 곳은 아니다. 작가 카민스키는 1977년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영토였고 지금은 우크라이나의 일부인 오데사에서 태어나 소련 해체 직후인 16세에 고향의 반유대주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네 살 때 유행성이하선염을 앓고 청력을 잃은 개인적 경험 또한 반영됐다.
바센카는 지금도 무력분쟁 중인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가자와도 연결돼 있다. 비극과 먼 곳에서, 아름답고도 비통한 시어로 건네받는 전쟁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 살며 전쟁 중인 고향을 바라보는 시인의 감각을 고스란히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