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산운용사강의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추석 전 검찰개혁’에 대해 꼼꼼하고 충분한 공론화를 당부했다. 김민석 총리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그 지시를 ‘개혁의 내실’로 풀이했다. 검찰개혁은 국민 개개인의 삶과 권리에 미치는 영향이 커 그 내용과 명분·추진 과정까지 국민적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 여권 논의가 단순한 ‘속도 논쟁’에 매몰되지 않고, 개혁 디테일을 촘촘히 하고 국민적 ‘동의 확대’ 절차를 중시하는 논쟁이 되길 바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정성호 법무장관에게 “(검찰개혁의) 민감하고 핵심적 쟁점은 국민께 충분히 알리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 총리는 다음날인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개혁의 큰 방향은 정해졌다고 전제한 뒤 “국민이 볼 때 졸속이거나 엉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꼼꼼히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 총리는 구체적으로 검찰 수사권 박탈에 대해 “민생 수사 부실 우려 역시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추석 밥상에 검찰청 폐지 법안을 올리겠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전광석화 개혁’에 이견을 표시한 모양새가 됐다. 형사사법 체계 변경이 민생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충분한 공론화 당부는 시의적절하다.
검찰개혁 원칙과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당장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를 폐기한 어처구니없는 일에서 보듯 검찰은 신뢰를 온전히 상실했다. 검찰은 실수라고 하지만 고의적 증거인멸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도 정치화된 검찰이 자초한 일이다. 다만 검찰개혁 후 수사역량 확충, 중대범죄수사청·기소청의 권한·책무 조정 등 새 형사사법 체계가 현장에서 국민 피해 없이 돌아가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듯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할 과제다. 속도감 있게 논의하되, 충분한 틀 짜기와 소통이 관건이고, 입법 시점은 그 판단이 섰을 때 추석이든 연내든 정하는 게 옳다.
국가적 대사이고 난제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여권은 검찰개혁 후 민생 불편과 수사 혼선, 인권 문제가 생긴다면 지속 가능한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제기한 공론화나 숙의는 결국 ‘제도적 완성’과 ‘국민적 동의’를 확대해 가는 과정일 수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이 지지층을 넘어 ‘국민을 위한 개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 시절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정치권 청탁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최근 통일교 교단 지도부로부터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이 국민의힘 중앙당으로 흘러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통일교의 국민의힘 선거 개입 의혹을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 시기까지 확대해 수사하고 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근 통일교 교단의 한 지역 책임자 A지구장은 특검팀에 “20대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 세계본부로부터 받은 5000만원의 사용처가 국민의힘 중앙당 후원회,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있었던 B국회의원 후원회 등이었다”고 밝혔다. A지구장은 이 같은 내용을 3~4쪽 분량의 의견서로 담아 특검에 제출했다.
A지구장이 의견서를 통해 밝힌 ‘5000만원 수령 시기’는 20대 대선을 닷새 앞둔 2022년 3월4일이었다. 이 시기는 통일교 수뇌부들이 ‘윤석열 지지’로 의견을 모은 직후로 알려져 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는 2022년 3월2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통일교 간부 120여명과 모임을 하고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A지구장이 밝힌 사용처 내역에 따르면 5000만원 중 3500만원이 ‘국민의힘 중앙당 후원회’로, 1000만원이 ‘B국회의원 후원회’로 갔다. 나머지 500만원은 후원명목이 아닌 목회 활동비로 사용했다. 당시 B국회의원은 윤 후보 캠프에 현역의원으로 합류해 지역위원장으로 일했다. A지구장은 애초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로부터 이 돈을 ‘지역별 국민의힘 시도당에 기부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시도당에서는 후원회를 만들 수 없어 중앙당과 국회의원 후원회 명목으로 전달했다는 점도 밝혔다.
윤씨는 지역별 책임자인 1~5지구장을 관리하면서 국민의힘 측에 후원금 명목의 돈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역별 지구장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약 2억원이 국민의힘 측에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대선 불법 정치자금’ 수사로 확대했다. 다만 정치자금법상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개인의 후원 한도도 50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B 전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통일교 측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사실이 없고 선거관리위원회에 다 신고를 하기 때문에 500만원 이상을 받을 수도 없다”고 부인했다. 통일교 측도 “(국민의힘에 대한) 불법적으로 후원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특검은 시도당에 통일교 자금이 전달됐다면 사용처가 어떻게 되는지, 중앙당 후원회 명목인 경우 회계처리가 제대로 됐는지 등 위법 여부를 살피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통일교 국민의힘 당원 집단 가입’ 의혹도 받고 있다.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당 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교인을 권리당원으로 가입하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특검은 통일교 관련자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비교하기 위해 지난 13일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국민의힘 측 반발로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항의하면서 집행을 막아섰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기한은 20일까지로, 특검은 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 중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9일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에서 발견된 관봉권의 띠지를 분실한 것과 관련해 감찰을 지시했다.
법무부는 19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정 장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서울남부지검의 건진법사 관봉권 추적 단서 유실 및 부실 대응 문제와 관련해 진상 파악과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감찰 등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대검찰청 감찰부는 감찰3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조사팀을 구성해 서울남부지검에 대한 감찰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1억6500만원의 현금다발을 발견했는데 이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의 ‘관봉권’이었다. 관봉권은 5만원권 100장을 띠지로 묶고, 이 묶음을 10개씩 비닐로 포장해 스티커를 붙인 것을 말한다. 띠지와 스티커엔 지폐 검수 날짜와 담당자 이름 등이 적혀있다.
남부지검은 담당 수사관이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일부 띠지 등을 잃어버렸다고 설명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담당 수사관이 수사 경험이 적어 띠지를 분실한 듯하다”며 “당시 띠지를 분실한 후 분실 경위를 담은 수사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검찰 수사에서 해당 관봉권과 관련해 “기도비로 받은 것”이라면서도 “누구한테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