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짭 우리나라 광역단체장은 총 17명이다. 각 지자체장이 누구인지 당장 떠올리긴 쉽지 않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은 대부분 중앙정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의 면면은 선거철 잠깐 관심사일 뿐 이내 시들해진다.
경향신문이 1일 소셜 빅데이터 분석업체 ‘스피치로그’에 ‘광역단체장 인지도 분석’을 의뢰한 결과 민선 8기 임기가 시작된 2022년 7월1일부터 2025년 6월30일까지 뉴스,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블로그, 엑스 등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광역단체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 사진)이었다.
이 기간 중 오 시장에 대한 언급량은 42만5091건에 달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17만919건·왼쪽)가 2위였으나 격차는 컸다. 3위는 박형준 부산시장(11만306건·오른쪽), 4위 강기정 광주광역시장(8만8551건), 5위 유정복 인천시장(7만6935건) 순이었다. 대선 경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조사에서 제외했다.
오 시장과 관련한 연관어는 정치와 정책 모든 분야에 걸쳐 있었다. 오 시장과 관련해 가장 많이 검색된 연관어는 홍준표, 한동훈, 박원순, 부동산, 한강, 주민이었다. 정치가 절반, 정책이 절반이다.
김태리 스피치로그 선임연구원은 “홍준표라는 키워드는 명태균 게이트 보도에서 함께 거론된 영향으로 보이며, 한동훈은 대권 주자 프레임에서 비교언급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원순’ 키워드 역시 오 시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어다. 서울시는 2006년부터 20년 가까이 시장이 오세훈과 박원순 단 2명밖에 없었다.
오 시장은 고 박원순 전 시장이 만든 ‘아이서울유(I·SEOUL·U)’ 슬로건을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로 교체하고, ‘마을공동체사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전임 시장과 대비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부동산은 정책성과 정치성이 교차하며 연관어로 떠올랐다. 실제 ‘부동산’은 시정의 핵심 키워드이자 오 시장 3선(총 5선) 전략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연 지사는 본인과 관련 없는 키워드들이 연관어로 다수 등장했다. ‘사건’ ‘검찰’이 대표적이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 등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경기지사 재직 시절 연관된 사안들이 김 지사에게도 연관어로 따라다녔다.
김 선임연구원은 “다만 김 지사는 특별한 정치적 이슈가 없음에도 커뮤니티 언급량은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김 지사는 취임 이후 줄곧 경기도 내 외자유치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기회’ ‘산업’ ‘기업’ ‘도민’이라는 연관어 등장으로 확인됐다.
재택근무가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는 여성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전통적으로 장시간 근무와 경직된 스케줄을 요구해 ‘가족 친화적이지 않다’고 여겨졌던 고임금 전문직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8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엠마 해링턴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지난 8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발표한 논문(재택근무가 노동시장에서의 모성 페널티를 감소시켰는가?)을 보면, 재택근무 비율이 10% 늘어날 때마다 유자녀 여성의 고용률은 무자녀 여성들보다 평균 0.78%포인트 높아졌다. 모성 페널티란 여성 노동자가 출산으로 인해 감당하는 노동시장 성과 측면에서의 불이익을 뜻한다.
연구진은 대학 전공과 재택근무 여부가 담긴 미국 인구조사(ACS), 동일 여성을 출산 전후로 추적한 미국 패널데이터(ALP) 등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2003~2019년 전공별 재택근무 비율 추이, 같은 전공 내에서 유자녀·무자녀 여성의 고용률 변화 등을 검증했다.
자녀 수가 많거나 막내 자녀가 어릴수록 고용률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소득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재택근무가 10% 늘어나면 어머니들의 소득은 다른 여성들에 비해 평균 1.3% 더 높았다.
연구진은 “돌봄 책임이 집중되는 시기에 재택근무가 중요한 안전판 역할을 한다”며 “특히 아픈 아이를 돌보거나 하교·학원 등 하차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WFH(work from home·재택근무)가 어머니들의 노동시장 잔류를 가능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재택근무 확대는 아버지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같은 직종에서도 아버지들의 고용률과 소득은 재택근무 증가와 유의미한 상관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여전히 성별에 따라 돌봄 부담이 불균등하게 분배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가족 친화적이지 않다고 여겨졌던 직종에서 모성 페널티 완화 효과가 컸다.
금융, 경영, 의학, 마케팅 등 장시간 근무·경직된 일정·고임금 특성을 가진 분야에서 어머니들의 고용률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해당 직종에서는 재택근무가 10% 증가하면 아이를 둔 여성 고용률이 무자녀 여성에 비해 1.4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치(0.78%포인트)의 두 배에 달하는 효과다.
반면 이미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크던 교육·인문학 등 분야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원래 근무 형태가 유연하던 직종에서는 재택근무가 워킹맘의 일자리 유지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했지만,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야 성과가 인정되던 분야에서는 재택근무가 커리어 지속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는 근무 장소의 유연성이 근무 시간의 유연성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면 장시간 근무와 경직된 스케줄을 가진 직업도 충분히 가족 친화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재택근무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여성의 노동시장 잔류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 장치”라며 “앞으로는 직업의 가족 친화성을 논할 때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의 유연성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