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이구입 “현대차 공장은 우리 지역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일자리를 준다고 하고선 우리를 속였다.”
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엘러벨은 언뜻 평화로운 교외 마을처럼 보였다. 하지만 2020년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2024년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대표적 경합주의 정치적 지형을 보여주듯 이곳의 여론은 첨예하게 갈라져 있었다.
주유소에서 만난 한 남성은 최근 현대차 공장 급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마자 미등록 이민자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자신을 롭이라 소개한 그는 “나는 곧 77세가 되지만 아직도 트랙터 운전을 하면서 주 50시간 일하고 세금을 낸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세금도 안 내고 나라에 도움도 주지 않는 사람들이 와서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이게 다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속았다. 현대차는 지역 주민들을 고용하겠다고 했지만 브라이언 카운티 사람 중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극히 적다”며 “아침마다 공장 앞을 지나는데 그곳 사람들은 영어도 못 하고 도로 표지판도 못 읽어서 위험하게 운전한다”고 주장했다.
경비원으로 일한다는 리처드도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공장이 처음 들어올 때는 8000개의 일자리가 우리에게 생길 거라고 했는데 나중에 한국에서 5000명을 데려올 거라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그러면 당연히 주민들에게 돌아올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미등록 이민자에 대해서도 “일하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법적 절차를 지켜야 한다”며 “현대차는 그들이 불법 체류자라는 걸 알고 있을 텐데도 고용했으니 (단속당할 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5000명을 데려온다는 잘못된 정보나 현대차 공장이 제공하는 일자리가 약속에 미치지 못한다며 ‘속았다’고 말하는 이들의 불만에는 오해가 섞여 있다. 배터리 공장은 아직 완공되지도 않았다. 서배너시 경제개발청도 2022년 언론 인터뷰에서 “현대차가 약속한 8000여개의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질 순 없다”면서 “5~7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오해는 바이든 정권이 현대차 공장 유치를 치적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이 현대차 공장을 바이든 정권에 대한 공격 도구로 삼고 있어 더욱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엘러벨에는 이번 현대차 급습에 대해 분명한 우려와 반대 의사를 표명한 주민들이 더 많았다. 자신을 랜디라고 밝힌 주민은 “다음 주에 내가 일하는 단체가 현대차 공장 주차장 부지에서 기부 물품을 기증받는 행사를 한다. 무척 기대된다”며 “나는 그 공장이 우리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공장 시스템 안착을 위해 한국인이 많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외부에서 온 사람이 떠나고 점점 더 많은 지역 주민이 고용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미국 기업도 해외에 진출하면 그렇게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도 미등록 이민자 단속을 이유로 한국 공장을 급습한 건 “공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에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했고 많은 미국인이 일자리를 구하려 노력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미등록 이민자들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성실하게 일하려는 것뿐인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항공기 정비사인 러셀도 현대차 공장 급습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주변에도 현대차에서 일자리를 얻은 지인 두세 명이 있다”면서 현대차가 지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식당은 원하면서 정작 (식당에) 일하러 오는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태가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북 순창군의 공설 추모공원 부지 변경을 둘러싼 갈등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이미 매입한 기존 부지를 뒤늦게 바꾸면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됐다며 행정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순창군 풍산면 주민들과 순창군농민회, 추모공원 대책위원회는 4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부지를 폐기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며 “보상금 산정 과정과 기존 부지 방치 문제 등에 대한 전면적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추모공원은 애초 황숙주 전임 군수 시절 순창읍 인근 야산에 조성될 예정이었다. 당시 순창군은 해당 부지 매입에 8억9000만원을 사용했으나 최영일 군수 취임 후 “장의차 통행으로 사고 위험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2023년 풍산면 야산으로 부지를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국비 18억원도 반납됐다.
대책위원회는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계약 직전 열린 설명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며 “행정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군민 혈세만 낭비됐다”고 비판했다.
순창군은 즉각 반박했다.
군은 입장문을 통해 “기존 부지는 경사와 입지 문제로 시공비 과다, 교통사고 위험, 미관 저해가 예상됐다”며 “새 부지는 도로 접근성, 장의차 동선, 조망권 등을 종합 검토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상금은 감정평가액 평균가로 산정·공개했으며 감사원 감사와 경찰 수사에서도 무혐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이미 매입한 부지를 방치하고 국비까지 반납한 결정이 타당했는지, 군이 내세운 ‘안전·입지 문제’ 외 다른 요인이 있었는지 의문이 남아 있다. 감사·수사 결과가 무혐의였더라도 절차적 정당성과 정보 공개가 부족한 한 특혜 의혹은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순창군 관계자는 “순창군에서만 해마다 430명 안팎이 사망하는 만큼 추모공원은 필요한 시설”이라며 “주민들도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만큼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해 7일(현지시간)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 일부 인력을 (미국에) 불러들이고 미국 인력이 배터리·컴퓨터 제조나 조선 등 복잡한 작업을 배우도록 훈련시켜야 한다”며 “전체 상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도 미국 내 취업·근로 비자를 충분히 발급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체포·구금 다음날 “그들은 불법체류자”라며 이민당국 단속을 옹호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 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이날 톰 호먼 국경안보 총괄 책임자가 이번 사태에 대해 정상적인 비자를 갖추지 않은 불법적 입국과 외국인 고용은 범죄라면서 “우리는 훨씬 더 많은 현장 단속을 할 것”이라 한 것은 우려를 남긴다. 미국이 해외 투자 기업들의 비자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의지가 정책에 반영될 때까지의 경과기간 동안 또 다른 불상사를 막을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임에도 지금껏 비자 문제에서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왔다. 미국은 FTA 체결국인 멕시코·캐나다에 대해서는 무제한, 호주 1만500명, 싱가포르 5400명, 칠레 1400명 등 전문직 비자 연간 쿼터를 할당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쿼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FTA 협상 과정 때부터 전문인력 대상 별도의 비자쿼터 신설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미국 언론들마저 비판적인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를 정부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미 투자사업을 위해 단기 파견에 필요한 특별한 비자 카테고리 신설 등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활동 폭을 최대로 넓혀야 한다. 미국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최대 1만5000개의 한국인 전문인력 취업 비자 신설도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 통상 협상과 관련한 후속 논의와 향후 진행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자 체계 개선을 대미 투자 이행의 선결조건으로 제기해 미국의 이해와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 이번에 구금됐다 풀려나는 한국인들이 향후 방미 시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