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코디네이터 민주노총이 1999년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탈퇴 이후 26년 만에 국회가 추진 중인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복귀한다. 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등 노동계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사회적 대화도 본격적으로 물꼬가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3일 오후 마포구청 대강당에서 2025년 제1차 중앙위원회를 열고 표결을 통해 국회가 추진 중인 사회적 대화 참여를 결정했다. 재적 355명 중 261명이 참석해 142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민주노총은 1999년 외환위기 당시 공기업 및 대기업 구조조정에 반발해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26년 만에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앉게 됐다.
민주노총은 “국회를 대화의 무대로 삼아 노·정 교섭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산별교섭을 제도화하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 우선 논의될 가능성
민주노총은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는 그 성과를 현실에서 제도적으로 구현하고 더 큰 노동권 확대를 열어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사회적 의제 해결과 노동권 확대를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했다.
국회판 사회적 대화는 지난해 8월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노사정 대화기구다. 행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달리 국회 주도로 이뤄진다. 경영계에선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노동계에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참여한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실무 협의 단계에서 안건들을 제출했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보호 강화’와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산업에 대비한 근로자 교육·훈련 강화’가 우선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산별 의제를 별도로 만들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1999년 2월 공기업 및 대기업 구조조정에 반발해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2005년 당시 지도부가 노사정 대화 복귀를 논의하려 했지만, 강경파의 반발로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사회적 대화 복원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지만, 2018년 최저임금 심의에 대한 반발로 재차 무산됐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까지 작성했다가 민주노총 내부 반발 탓에 무산됐다. 이날도 복귀 결정에 앞선 토론에서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갈렸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민주노총은 26년 만에 거시적으로 노동정책 관련 국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사각지대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과 보호를 위해 민주노총이 활동할 수 있는 정책적 공간이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공시대상 기업의 성별 임금 격차가 다시 확대됐다. 지난해 여성 1명은 남성보다 3000만원가량 임금을 적게 받았는데, 이 격차가 다시 30%를 넘어섰다.
여성가족부는 5일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공시대상회사와 공공기관 근로자의 성별 임금 격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별 임금 격차는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공시대상회사의 사업보고서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개된 공공기관의 성별 임금 정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성별 임금 현황을 공시한 2980개 공시대상회사의 남성 1인당 평균임금은 9780만원인 반면 여성의 평균임금은 6773만원에 불과했다. 성별 임금 격차는 2023년(26.3%) 대비 4.4%포인트 증가한 30.7%로 나타났다.
남녀 평균임금 모두 직전 연도보다 감소했으나 여성의 임금 감소 폭이 남성보다 훨씬 컸다. 2023년 대비 2024년 남성의 평균임금은 0.8% 감소했지만 여성의 평균임금은 6.7%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 정보통신업, 금융 및 보험업 등 종사자가 많은 사업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커지면서 전체 격차를 확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별 성별 임금 격차는 도매 및 소매업(44.1%), 건설업(41.6%), 정보통신업(34.6%) 순으로 컸다.
공시대상회사의 성별 근속연수 격차는 줄었지만 임금 격차는 확대됐다.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 11.8년, 여성 9.4년으로, 근속연수 격차는 전년(23%)보다 줄어든 20.9%를 기록했다. 임금이 근속연수 외에 직급, 근로 형태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조사를 맡은 신우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성별 임금 격차는 직무 내용·승진·휴직 등 임금 결정 요인뿐 아니라 산업·직종 분리와 같은 구조적 요인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다만 공공기관의 성별 임금 격차는 최근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2021년 26.3%로 조사된 이후 2022년 25.2%, 2023년 22.7%, 2024년 20%로 꾸준히 격차가 줄어들었다.
공공기관 334곳의 성별 임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남성 1인당 평균임금은 7267만원, 여성은 5816만원으로 나타났다. 성별 임금 격차는 20%로, 전년(22.7%) 대비 2.7%포인트 감소했다. 공공기관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 10.5년, 여성 8.4년으로 성별 근속연수 격차가 전년 대비 9.1%포인트 줄어든 19.9%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성별 임금 격차 분석 시 다양한 변수를 포함해 격차 원인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기업별로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고용평등임금공시제를 도입해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