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노제휴 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를 이라크산으로 위장해 밀수한 업체들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가했다. 최근 잇따른 대이란 제재의 일환으로 국제 제재를 회피하려는 이란 정부의 전략에 제동을 걸고 자금원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일(현지시간) 이라크·세인트키츠네비스 이중국적 사업가 왈시드 알 사마라이가 운영하는 해운회사와 관련 선박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과의 모든 거래가 금지된다.
재무부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이란산 석유를 이라크산 석유와 섞어 ‘이라크산’으로 판매해 왔으며, 이를 통해 알 사마라이와 이란 정권이 연간 최소 3억 달러(약 4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제재 대상에는 알 사마라이 개인과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바빌론 해운회사(Babylon Navigation DMCC), 갤럭시 오일(Galaxy Oil FZ LLC) 등 2개 업체, 라이베리아 국적 선박 9척, 관련 페이퍼 컴퍼니 5곳이 포함됐다.
재무부는 지난 7월에도 이란산 석유와 상품 거래에 관여한 17개국 해운사 15곳, 선박 52척, 개인 12명에 대해 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그리스 해운사와 중국의 원유 터미널 운영사 2곳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이라크가 테러리스트들의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선 안 된다. 이는 미국이 이란의 이라크 내 영향력 행사에 맞서 싸우려는 이유”라며 “재무부는 이란의 석유 수입원을 표적으로 삼아 이란 정권이 미국과 그 동맹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한층 더 약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1일 발표된 이재명 정부 첫 군 수뇌부 인사로 12·3 불법계엄 당시 군 수뇌부로 있었던 4성 장군 7명이 모두 전역하게 됐다. 군에 대한 인적 쇄신의 신호탄으로, 이들의 자리는 3성 장군 7명이 진급과 동시에 맡는다. 이번 인사는 육군사관학교(육사) 출신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점진적인 군개혁을 꾀하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능력’을 중시하는 정부의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 등 정치 일정으로 장성 인사가 늦어지면서 계엄 당시 군 수뇌부로 있었던 4성 장군 7명은 이 대통령 취임 약 3개월 만에 단행된 인사로 사실상 군을 떠나게 됐다. 군은 3성 장군 이하 후속 인사를 최대한 빨리 실시해 인적 쇄신과 함께 군을 안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군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파격’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대장 7명을 모두 바꾼 것은 드문 일이지만, 육·해·공군 사관학교 기수 파괴는 없었다. 사관학교 기수로 보면 이번 인사로 2기수 아래로 내려갔지만 합참의장과 각군 총장의 임기가 2년이라는 점에서 이는 통상적인 일이다.
군 서열 1위 합참의장은 진영승 전략사령관(공사 39기)을 내정해 육사 출신을 피했다. 합참의장에 공군이 기용된 것은 불법계엄에 육사 출신 장군들이 대거 관여한 것과 김명수 현 합참의장이 해군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참의장 이외의 자리에는 육사 출신을 대거 기용했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 내정자(육사 47기)와 김성민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내정자(육사 48기), 주성운 지상작전사령관(육사 48기)은 모두 육사 출신이다. 특히 인사권을 가진 육군참모총장에 육사 출신을 내정한 것은 향후 3성 장군 이하 인사에서 육사 배제는 없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로써 이번 인사에서 육사 출신이 배제될 것이란 군 일각의 관측은 엇나갔다. 불법계엄에 가담했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육사 46기)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육사 47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육사 48기) 등은 육사 출신이다. 군 관계자는 “육사 출신 ‘배제’와 ‘기용’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 내정자(해사 46기)는 직전 보직이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이었다는 점에서, 계엄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 합참 출신 인사를 배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엇나갔다. 2작전사령관은 비육사 출신이 맡아왔던 전례를 이어 김호복 지작사 부사령관(3사 27기)이 내정됐다.
육군 중 보병 병과가 대장으로 주로 진급했던 것과 달리 포병(김규하 육군참모총장 내정자)과 기갑(주성운 지작사령관 내정자) 병과 출신이 진급한 것도 눈에 띈다. 이는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며 점진적 군개혁을 강조해온 안규백 국방장관과 ‘능력’을 중시하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 첫 정기국회가 1일 개막했다. 여야는 이날부터 100일간 새 정부 첫 예산안과 각종 입법 사안을 두고 힘겨루기를 한다. 이달 중에만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3대 특검법 개정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 등 여야가 크게 대립하는 사안 처리를 앞두고 있어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오는 12월9일까지 이어지는 정기국회 회기 결정 건과 교섭단체 대표연설, 정치·외교·경제·교육·사회 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한 국무총리·국무위원 등 출석 요구 건 등을 의결했다.
우원식 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이번 정기회에서 다루게 될 정부조직법과 내년도 예산은 향후 대한민국의 5년을 좌우할 첫 단추”라며 “여야 모두 국민 앞에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갈등하고 대립하는 속에서도 할 일은 하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시작부터 ‘한복 대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였다. 우 의장의 제안에 따라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당 상징색인 푸른색 계열의 한복을 입고 본회의에 참석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척결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개혁 완수와 민생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한복 대신 근조 리본을 단 검은색 상복을 입고 여당에 항의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검은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매고 개원식에 들어가는 건 의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 정권의 독재 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 의결에 따라 오는 9·10일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표 연설이 진행된다. 민주당에서는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에서는 송언석 원내대표가 연설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정부질문은 15~18일로 예정됐다.
오는 11일에는 권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회의 산회 직후 국회의장실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가 접수됐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우 의장과 여야는 10일 국민의힘 측 연설이 있는 것을 고려해 11일 표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달 중하순에는 여야 간 이견이 큰 3대 개혁안(검찰·언론·사법)과 3대 특검법 개정안(내란 특검·김건희 특검·채 상병 특검) 처리를 두고 여야 간 대치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날짜를 오는 25일로 명시했다.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유튜브를 규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 수사 인력 증원과 수사 범위 확대를 담은 3대 특검법 개정안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