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임대 김영환 충북지사(사진)가 금품수수 의혹, 수십억원대 금전거래 의혹 등으로 잇달아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도정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동국악엑스포 등 굵직한 도내 행사는 물론 앞으로 예정된 해외 출장, 교류 일정 등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역 체육계 인사로부터 5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은 혐의로 입건돼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지사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보이는 윤현우 충북체육회장 등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조사했다. 관련 녹취록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김 지사와 윤 회장 등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역 기업으로부터 본인의 서울 건물을 담보로 30억원을 대출받은 문제를 놓고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공수처는 사건을 수사1부에 배당하고 자료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국회에서는 지난 27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오송참사 국정조사)’가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 지사는 오송참사 국정조사도 받아야 한다. 김 지사의 경우 참사 관련 중대시민재해 기소 대상에서 제외돼 유족 등의 반발과 재수사 요구가 빗발치는 중이다. 김 지사에 대한 재수사 여부도 국정조사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금품수수·금전거래·오송참사 등 김 지사를 둘러싼 ‘3대 리스크’가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충북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차질이 우려되는 것은 다음달 25일까지 진행되는 국정조사 기간 중 열리는 영동국악엑스포와 제천한방엑스포다. 영동국악엑스포는 다음달 12일부터 10월11일까지 ‘레인보우힐링관광지’ 등에서, 제천한방엑스포는 다음달 20일부터 10월19일까지 한방엑스포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두 행사의 조직위원장은 모두 김 지사가 맡고 있다. 행사를 준비 중인 제천시와 영동군은 위원장인 김 지사가 국정조사로 인해 행사 개최 기간에 활동이 제한되거나 개막식 등에 불참하면 엑스포 위상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 지사는 국회에 “엑스포가 끝난 뒤 국정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창규 제천시장과 정영철 영동군수는 지난 25일 충북도청을 찾아 “오송참사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엑스포 성공 개최에 지장이 불가피하다”며 “조직위원장인 김 지사가 엑스포 행사에 불참하는 이유가 국정조사라면 행사 홍보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충북도 등은 오는 10월 말로 예정된 김 지사의 해외출장 일정도 연기 또는 취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가 연합장으로 있는 충청광역연합도 같은 달 30~31일 일본 간사이 지방을 찾아 간사이광역연합과 교류 관련 협약을 체결하려 했다. 김 지사가 직면한 문제를 고려해 충청광역연합은 간사이 출장 규모를 조정하거나 연기를 검토 중이다.
충청광역연합 관계자는 “오송참사 국정조사는 이미 예상해 김 지사의 일본 출장에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로 당황스럽다”며 “상황을 봐 가면서 출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사건 재판에 6회 연속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당사자 없이 궐석 재판을 이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28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오늘도 피고인이 불출석했다”며 “구치소에서 보고서가 왔는데, 마찬가지로 ‘강제로 데려다 놓는 인치는 불가능하다, 상당히 곤란하다’는 취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277조2항은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 절차 진행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다시 구속된 이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건강상 이유를 들어 계속 출석하지 않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김의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35특수임무대 예하 지역대장(소령)과 박진우 35특임대대장(중령)의 증인 신문이 차례로 진행됐다. 수방사 35특임대는 수도권에서 테러 상황이 발생하면 출동해 대테러 작전 등을 수행하는 부대다. 김 소령과 박 중령은 특수전사령부와 함께 12·3 불법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령은 이진우 수방사령관 등으로부터 국회 진입 지시를 받고 국회에 출동했는데, 담장만 넘고 국회의사당 건물 내부로는 진입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체포 지시’는 없었고, 오히려 조성현 수방사 1경비단장(대령)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이 안전하게 나갈 수 있게 시민들 사이로 통로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증인이나 부대원들이 누구에게라도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폭행·협박한 적 있느냐”고 묻자 김 소령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군인들이 민간인과 접촉하는 걸 최대한 멀리하라고 배운다. 인원을 강압적으로 막지 말고, 다치지 않는 선에서 출입을 통제했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국회 앞에 몰려든 시민들 때문에 통행이 가로막히자 김 소령은 “(시민들의) 욕설이 정말 수위가 높았고, 저희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도 일부가 폭행하거나 저희에게 뛰어와 부딪치는 행위가 있었다”고 했다.
변호인 측이 “시민들에게 물리적 대응을 하지 않은 건 상부 지시 때문이냐”고 묻자 김 소령은 “그렇지 않다. 군인의 기본 가치다”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통일교의 정치권 청탁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8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권 의원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한 지 하루 만이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에게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을 요청받으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은 통일교 측에서 권 의원에게 현금으로 건넨 불법 정치자금이 1억원이라고 보고 있다.
권 의원은 지난 27일 특검에 출석해 13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