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기계 최근 해임 취소가 최종 확정된 김의철 전 KBS 사장이 “공영방송 장악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며 이사진 사퇴를 촉구했다.
김 전 사장은 22일 ‘이제는 책임을 물어야 할 시간입니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부터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미디어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 장악 과정의 진상이 명확히 규명되고 이를 주도한 인사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먼저 저의 부당한 해임과 ‘낙하산 박민 사장’ 임명 등의 과정을 주도한 현 KBS 서기석 이사장과 권순범 이사는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즉각 이사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며 “KBS 장악 과정에 협조한 이후 이사직에서 연임한 이들이 이사직을 지키는 한 KBS 정상화의 길은 요원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은 2023년 9월 해임됐다. KBS 이사회는 방만 경영과 불공정 편파 방송 등을 이유로 김 사장을 해임 제청했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직무정지됐을 때인 지난 2월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 정부의 항소로 법적 다툼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달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항소를 취하했고, 지난 21일 KBS 측의 항소 취하서가 제출되며 해임 취소는 최종 확정됐다.
김 전 사장은 지난 정부의 ‘방송 장악’ 논란과 관련한 진상규명도 요구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이후 방송 장악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방송 장악 최정점은 내란수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일 것”이라며 “이제는 윤석열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한 가담자를 밝혀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노동부, 검찰, 경찰, 감사원, 국민권익위, 국세청 등 모든 권력기관을 동원한 KBS 압박이 통하지 않자 2TV 재허가 불승인 압박, 급기야 공영방송 핵심 재원인 수신료 분리징수 카드까지 꺼내 KBS에 대한 장악을 넘어 공영방송을 말살하려 치밀한 계획을 세운 컨트롤타워가 누구였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해임 후 707일의 지난했던 법정 투쟁 기간에 저의 승소를 위해 애써주고 응원해 준 KBS 구성원들과 변호인단, 현명한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송현옥 세종대 교수가 23일 서울 강동구 호원아트홀에서 열린 2025 경향뮤지컬콩쿠르 시상식에서 심사평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가 초읽기 단계다. 경영계의 노란봉투법 흔들기도 정점에 다다른 듯하다. 경영단체들은 이 법이 통과되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거라고 총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이 줄곧 여론의 지지를 받아온 그동안의 경과를 보면 이제는 노란봉투법을 노사 상생의 출발점으로 삼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2014년 쌍용차 사태로 노동자들에게 47억원 손배·가압류가 지속되면서 30명에 이르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자살이나 유관 질병으로 죽었다. 이 비극을 보다 못한 시민들이 노란봉투 모금에 나서고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에 대한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으로 노조법 개정 운동이 활성화된 결과가 오늘의 노란봉투법이다.
노동자의 헌법상 노동 3권을 구체화하는 노조법 제2조를 사용자가 노무를 외주화하는 방법으로 회피하는 것을 바로잡는 것이 노란봉투법이다. 간접고용 형식이지만 실질은 직접고용인 노무 외주화의 주된 동기가 노조법을 회피하는 반헌법적인 것이라면 노조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기본권 보장 의무를 헌법상 부과받는 국가가 당연히 할 일이다.
이미 대법원이 나서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을 행사하는 사용자를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는 전향적 법률 해석을 발전시켜왔고 노란봉투법은 이 판례의 취지를 입법화할 따름이다. 형식적 법률관계를 빌미로 한 조세회피를 금지하는 것처럼 형식적 계약을 빌미로 한 노조법 회피를 규제해야 한다. 헌법적 정당성 없는 거부권 행사로 지체되어온 경과를 고려하면 시행을 6개월 더 미루려는 것도 명분이 없다.
노동쟁의 대상도 헌법에 맞게 정상화해야 한다. 쟁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대한 주장의 불일치만으로 축소해 상당수의 쟁의를 불법으로 만들고 노동자들을 극단 투쟁의 길로 내몬 것이 현행법이다. 헌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으로 특별히 인간의 존엄성을 명문화하고 있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업상의 결정이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을 쟁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근로조건에 관한 국가의 특별한 입법 의무를 정한 헌법적 결단에 비추어 꼭 필요한 것이다. 현행법 조항이 1996년 날치기 노동법에 전격적으로 포함되었던 입법사적 배경을 보더라도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
재계가 양보한다는 손배 책임 제한도 쟁의 노동자 당사자는 물론 온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아온 공동책임의 법리(부진정연대책임)를 교정하는 당연한 개정일 뿐이다. 노동기본권을 악법으로 억압하는 것을 넘어 경제적 압박으로 생존권을 사실상 침해하는 야만적 법현실을 인간의 존엄성을 기준으로 바로잡는 것이다. 대등한 법률관계에서 불법행위 책임을 조정하는 공동책임의 법리는 기울어진 교섭력을 보정하는 노동기본권이 관련된 사안에서는 그 특수성을 반영해 적용을 제한하는 것이 마땅하고 역시 대법원 판례와도 일맥상통한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가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고, 그 전제가 되는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할 책무를 국가에 부여하고 있다. 시장경제 질서에서 사용자와 노동자가 각자의 자유와 창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교섭력의 보장이 필수적이다. 자본의 위력이 월등한 현실에서 노동 또한 대등한 교섭력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만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이 가능하다. 노동기본권은 자본과 노동이 공생하는 필요조건이며 이 조건의 조성이 국가의 책무다. 그동안 노조법은 헌법정신에 역행해 정의롭지 못한 경제 질서를 고착시켜 불법 쟁의를 양산하고 노동자의 희생을 볼모로 한 경제 양극화를 초래했다.
이제 반헌법적인 노사관계를 정상화하는 법제 정비의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노동기본권마저 무력화하는 독소조항을 정상화해 노사 갈등의 소지를 줄이며 노사 간의 교섭을 통해 경제 민주화를 달성하고 모두가 공생·공영하는 진짜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 우리 헌법은 유례없이 경제 질서의 독자적 주체로 기업의 지위를 직접 인정하고 있다. 헌법적 위상에 걸맞게 기업은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오히려 노동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는 입법 개혁을 선도함으로써 정작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진짜 불법 쟁의를 엄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계도 이번 입법을 계기로 절제된 권리행사를 통해 노사 상생을 도모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