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선전세 코스피가 20일 사흘 연속 하락하며 장중 한때 3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기술주 급락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 원전·방산 등 주도주의 하락 지속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국내 증시 약세와 달러 강세 영향으로 1400원선을 코앞에 뒀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1.47포인트(0.68%) 내린 3130.09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미국 기술주 급락 여파로 하락 출발한 코스피는 장중 3079.27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하락세가 점차 완화돼 낙폭을 줄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2330억원, 3925억원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기관은 5164억원 순매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인공지능(AI) 산업을 닷컴버블에 비유한 뒤 미 증시에서 AI 기술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글로벌 증시도 일제히 약세”라고 말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원전·방산 등 주도주 하락 지속, AI 거품 논란 등으로 코스피는 3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다”며 “21일 새벽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 잭슨홀 미팅 등을 기다리며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는 논란의 여파로 원전 업종이 급락세를 이어갔다. 한전기술(-3.65%), 두산에너빌리티(-3.53%), 우리기술(-3.03%) 등이 하락 마감했다. 다만 전날 5.32% 급락했던 한국전력은 0.40% 올랐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미 대형 기술주 급락에 SK하이닉스는 3% 가까이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0.35포인트(1.31%) 떨어진 777.61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가 4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데다 달러 강세도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7.5원 오른 1398.4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양자 회담을 중립국 스위스에서 열자고 촉구하자 스위스 정부가 이에 긍정적으로 호응했다.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그나치오 카시스 스위스 외교장관은 이날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인물이라 하더라도 평화 회의 참석을 위한 방문이라면 면책 특권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전쟁범죄 혐의로 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스위스는 ICC 로마규정 당사국이지만 외교 업무 차 방문하는 외국 정상급 인사에 대해서는 형사 절차에서 면책을 적용하는 규정을 마련한 바 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날 프랑스 매체 LCI에서 방영된 사전 녹화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에 대해 “중립국에서 열릴 것이며 따라서 스위스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제네바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세 차례 고위급 회담을 하고 포로 교환 등 일부 사안에서 제한적 합의를 했다.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담 장소와 관련해 앞서 레오 14세 교황은 바티칸에서 양자 평화 회담을 주최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바티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이탈리아 영토 안에 있으며 이탈리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에도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바티칸을 회담 장소로는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8일 찾아간 전북 김제시 공덕면 공덕리 1033-1번지 일대.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농로를 통과하자 광활한 들녘이 끝없이 펼쳐졌다.
들녘은 초록빛 고구마 잎으로 뒤덮여 있다. 뒤편으로 태양광 패널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20년 전 이곳은 김제공항이 들어서기로 예정된 공항 부지였다. 공항 건설 계획이 취소되면서 고구마와 배추를 기르는 너른 밭으로 남았다. 주민들은 그래서 이곳을 “고구마 공항” “배추 공항”이라 부른다.
2005년 당시 공사 현장을 지켜봤던 주민 강오석씨(61)는 “공항 건설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길래 활주로를 깔고 비행기 띄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공사가 멈추더니 결국 밭으로 변해버렸다”면서 “공사 중단으로 소음과 재산권 침해 위협에서 벗어난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제공항은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내륙 항공 허브를 만들겠다”며 시작한 국책사업이었다. 2002년 용지 매입과 건설사 선정까지 마쳤다. 이듬해 감사원이 “수요 예측이 과장됐고, 경제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2008년 사업은 공식 폐기됐고, 2023년에는 ‘공항 부지’ 용도 지정도 풀렸다.
정부가 부지 매입 등에 투입한 국비는 480억원에 달한다. 농사용으로 부지를 임대하고 현재 얻는 수입은 연 2억8800만원이다. 공항 부지는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밭으로 쓰는 ‘애물단지’가 됐다.
사실상 방치된 이 땅에 변화가 찾아온 건 지난해 가을이다. 김제시가 서울지방항공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부지 매입 절차에 들어가면서다. 시는 매입가로 600억원대를 예상 중이다.
시는 해당 부지 147만㎡와 주변 땅을 합쳐 총 263만㎡ 규모의 ‘지능형 농업로봇단지(전북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부터 민간투자 방식으로 총 5878억원을 투입해 ‘농생명 융복합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전북도에서도 호응해 전체 부지 활용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쳤다. 시는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77조와 연계해 국가산업단지 지정도 준비 중이다.
서해영 김제시 성장전략실장은 “김제공항이 국책사업 실패 사례로 남았지만, 이번에는 지역에서 실패를 수습해 미래 전략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다만 과제가 남았다. 국가산단 허가를 정부에서 받아야 하는데, 국토교통부는 신규 산단 지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시는 대통령 공약인 ‘인공지능(AI) 신산업 육성’ 및 ‘국가균형발전’ 기조와의 연계를 강조하면 명분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지역사회 내 반론도 만만찮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부지 소유권부터 정주 여건, 기업 유치 가능성까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전북 도민이라면 새만금, 탄소산업, 혁신도시를 다 겪어봤다. 거창한 시작 뒤 남는 건 빈껍데기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제공항은 주민 동의 없이 추진된 대표적 실패 사례였다”며 “지속 가능한 미래 전략이 되려면 행정 주도가 아닌 지역사회와의 폭넓은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