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에비뉴원 전북 임실군이 주최한 ‘2025 임실N치즈축제’가 개막 첫날부터 극심한 교통 혼잡과 셔틀버스 지연 운행 문제를 겪었다. 9일 임실군청 홈페이지 ‘자유발언대’ 게시판에는 부실한 군의 축제 교통대책 등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셔틀버스를 1시간 넘게 기다렸다”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 진입조차 불가능했다” 등 방문객들의 불만 글이 대부분이었다.
이 축제는 올해 11회째를 맞았다. 군은 축제 기간(8~12일)에 관내 주요 거점에서 행사장까지 셔틀버스 14대를 운행하고 있다. 추석 연휴와 축제 기간이 맞물려 인파가 폭증하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도로 곳곳이 방문 차량으로 뒤엉켰고, 방문객들은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1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 구간은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차량 정체가 수㎞에 달했다.
가족과 함께 축제를 찾은 A씨는 “추석을 맞아 아이들과 처음으로 지자체 축제에 왔는데 주차와 셔틀버스 문제로 진이 빠졌다”며 “군수가 직접 셔틀버스를 기다려봤으면 좋겠다. 어르신과 아이들이 땡볕에서 줄 서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축제 운영 과정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방문객 B씨는 “화덕피자를 주문했는데 30분 뒤 오라고 해서 갔더니 다시 30분을 더 기다리라고 했다”며 “번호 순서도 뒤죽박죽이라 3개 중 1개는 7분 넘게 늦게 나왔다”고 했다.
임실군 관계자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인파가 몰리며 교통 통제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비상 교통 대응 체제로 전환해 주차장 추가 확보, 셔틀버스 증편, 경찰 공조 강화로 혼잡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민 임실군수는 “개막 첫날 교통 체증과 셔틀버스 지연으로 불편을 겪으신 점에 송구하다”며 “남은 축제 기간 불편을 최소화해 방문객들이 임실의 참멋을 즐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구마를 캐는데 농부가 아니라 숫제 광부가 된 기분이다. 올핸 뿌리줄기가 아주 깊은 데까지 들어가 주상절리처럼 서 있어서 살살 만지면서 다치지 않게 캐야 했으니. 본줄기에서 멀리 도망가서 자란 애들도 많아서 가장자리까지 흙을 파헤치며 달래듯 캐야 했으니. 크기도 들쑥날쑥이다. 큰 애는 애호박만 하고 작은 애는 애기당근만 하다. 양극화가 꽤 심하다. 고구마를 배게 심어서 그런가,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와서 그런가. 물길 찾아 깊이, 또 멀리 뿌리를 뻗어가느라 어린 고구마도 참 힘들었겠다.
초생달이 시나브로 불룩해지더니 만삭을 향해 간다. 볼록한 황금빛 달을 보니 자정에 잠시 모터를 끄고, 우유 한 모금에 보름달 빵 한 조각을 조심스레 입에 넣던 봉제공장 시절이 생각난다. 30년 과거인데 허기가 지금처럼 느껴진다. “배는 만삭 월급은 초생달인데/ 안 먹어도 불룩한 배는 늘 고픈 여자”들이 지금도 있을까. 아마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과거는 누군가의 현재이기도 하니까. 지금도 배가 미싱판에 꽉 닿아 뱃속 아기와 함께 “배로 미싱을 밀고 가는” 임신부가 있을까. 있을 법도 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5100만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으니.
추석 대목이라고, 납기일에 재촉당하며 며칠째 야근을 하는 중 “위층 상가 갈빗집에서 솔솔 풍겨 나오는/ 숯불갈비 냄새 킁킁거리다 깜박 잠에 빠진 여자”들이 있을까. “블라우스 원단에 수놓은 꽃밭/ 손으로 밀고 발로 밟으며 가는 여자”들. 세계 인구가 82억이 넘어간다니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겠다. 지금도 나오다 안 나오다 끝내 끊긴 월급 때문에 버스비도 없어서, 줄 맞춰 노동청까지 걸어가는 노동자들이 있을까. 해결 방법이 달라지긴 했어도 반드시 있을 게다. 2024년 기준 전국 임금 체불 총액이 약 1조3000억원에 달하며, 피해 노동자가 17만명이 넘는다니. 통계란 대충의 숫자일 뿐, 거기에 포함되지 않은 수많은 처지의 사람들이 있을 테니.
나는 가끔 이 세상에 한 대여섯 명쯤의 내가 살고 있다고 상상하곤 한다. 내가 살아왔듯이 누군가는 나처럼 살고 있을지 모른다고. 누군가의 현재가 누군가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고. 어느 날 용기를 내어 갈빗집 문을 열고 들어가, “저는 고기를 못 먹어서요… 1인분만 주실 수 있을까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주문하는 가난한 신혼부부가 있을까. 알고도 모르는 척해주는 사장님 덕분에 한 점 두 점 몰래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사람들. 없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지금도 월세 재촉하는 집주인 때문에 자기 집에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들어가 불을 꺼놓고 있는 사람이 있겠지. 월세방 쫓겨나면 고시원에 들고 고시원 쫓겨나면 쪽방에 몸을 누이는 사람들이. 찜질방 갈 돈도 끊기면 편의점에서 라면 하나 먹고, 첫 전철이 다닐 때까지 졸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올 추석엔 내가 추우면 누군가가 그만큼 따듯해질 거라 믿었던 젊은 우리가 부활하기를 기원한다. 진상규명도 보상도 배상도 책임자 처벌도 없이, 275일째 무안공항 구호텐트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유가족들을 재삼 기억하면서. 내가 될 수도 있었던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스러진 179명의 희생자를 잠시나마 추모할 수 있기를. 올 추석엔 내가 배고프면 누군가 조금은 채워질 줄 알았던 젊은 희망을 살려내기를 소원한다. 냉대와 무관심 속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온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바람대로 억울하고 원통한 159명의 생명이 숫자로 취급되지 않길 빌면서. 배부른 달을 보며 새삼 가난한 희망과 연대로 배불렀던 마술 같은 기억으로 행복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