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의 근무시간은 3시간이다. 어린이집에 일자리를 얻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점심때면 일을 마친다. 일은 가뿐하지만 급여도 적다.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다. 몇달을 들여서 찾은 유일한 일자리였다. 대신 엄마는 걷는다. 아가들을 맞이하고 간식을 먹이고 한바탕 놀아주고 난 후, 시골 읍내의 천변을 따라 닦인 산책로를 걷기 시작한다. 백로와 오리들이 줄지어 날아가고 푸른 나뭇잎이 나부끼는 것을 보며 마을 한 바퀴를 천천히 돈다. 볕이 드는 시간에 산책하는 일은 엄마가 평생 처음 누리는 호사다.“너 가지고 있던 그 자전거 어디에다 뒀니?” 날이 풀리자, 엄마가 내 자전거의 행방을 물었다. “자전거 타고 달리면 정말 시원할 것 같은데.” 자전거로 달리는 엄마가 눈앞에 그려진다. “그 자전거 나한테 없어.” 엄마가 묻는다. “왜?” 마침 어버이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자전거 사줄까?” 햇빛을 받은 엄마가 싱긋 웃는다. 엄마를 닮은 토마토색이 어울릴 것 같았다.어느 ...
스치듯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다. 이리저리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언제 본방을 했는지도 알 수 없는 ‘자연인’들이 잠시 잠깐 내 눈을 사로잡는다. 도시에서 나고 자랐으니 오지의 삶은 마냥 신기할 수밖에 없지만, 이내 관심은 뚝 떨어진다. 체험하듯 한나절은 버틸 수 있겠으나, 거기서 살라면 하루도 못 버틸 게 뻔하다. 초고속 엘리베이터와 깨끗한 화장실 등등으로 둘러싸인 삶은 쉽사리 포기하기 어려운 법이다. 언감생심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빈민들의 삶에 유달리 관심이 많으셨던 김수환 추기경님도 “공동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등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자고 가라고 할 때마다 슬금슬금 꽁무니를 뺐다”고 하지 않으셨던가.1845년 7월4일, 28세 젊은이가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 숲속으로 찾아들었다. 그는 나무를 베어 통나무집을 지었고, 이내 작은 텃밭도 일구었다. 가능한 한 자급자족을 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청년을 잘 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