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가 9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의 누적 관객 수는 139만9456명이다.
지난 24일 개봉한 이 작품은 개봉 첫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찬욱 감독의 역대 작품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바 있다. 긴장과 유머를 넘나드는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가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본격 추석 연휴가 시작되며 흥행에 더욱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어쩔수가없다>는 하루아침에 실직한 중산층 가장 만수의 재취업기를 그린 작품이다. 만수는 3개월 안에 재취업을 다짐하지만 아르바이트와 면접을 오가는 지리멸렬한 시간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제지업계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닥치며 위기감이 극에 달하자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상황을 돌파하기로 한다. 재취업의 걸림돌인 구직 경쟁자들, 그중에서도 ‘나보다 약간 더 나은’ 이들을 추려내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유머를 작품 전반에 깨알같이 박아놨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그의 작품 중 코미디적 요소가 가장 진하게 드러난다. 만수의 어설픈 실행력과 인간미, 우연과 악연이 뒤엉킨 영화 속 인물들간의 관계가 때론 정신을 쏙 빼놓는 몸개그로, 때론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대사로 이어지며 웃음을 자아낸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달 23일 인터뷰에서 “이것은 빵을 얻기 위한 전쟁이 아닌, 중산층 생활 수준에서의 전락을 피해야겠다는, 소위 말하면 아주 속물적인 이야기”라며 “불쌍하다기보다 안타깝고 어리석은 사람의 ‘거대한 헛수고’”라고 했다.
2위는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으로 누적 관객 수는 72만6144명이다. 3위는 지난 8월 22일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성편>으로, 누적 관객 수는 506만3737명을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사건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한 업무쇄신 전담팀(TF)을 구성했다.
공정위는 1일 법집행·업무 쇄신전담팀 킥오프 회의를 개최하고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TF는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이 단장을 맡는다. TF 산하에는 신뢰성 강화팀(팀장 유성욱 사무처장), 신속성 제고팀(팀장 안병훈 조사관리관)이 구성된다. 매주 1회 회의를 열고 주요 사안을 점검하기로 했다.
TF에서 다룰 주요 과제는 ‘법·제도 및 업무 프로세스 쇄신으로 사건처리 속도 향상’ ‘조사·심의 절차의 투명성 강화’ ‘신고인 등 이해관계자의 절차적 권리 확대’ ‘법 집행의 일관성 및 예측 가능성 확보를 통한 사회적 신뢰 제고’ ‘기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인사관리 체계 개선’ 등 5가지다. TF는 약 2개월간 운영해 연내 최종 논의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그간 공정위의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조사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등의 지적, 국민과 시장 참여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지속해서 제기됐다”고 TF 구성 이유를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공정위의 사건처리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하며 인력 충원을 지시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공정위 인력이 부족해 사건을 뭉개고 넘어간다는 설이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국민의 권익 보호와 시장 참여자의 신뢰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공정위 법 집행 절차를 비롯한 업무 전반을 근본적으로 쇄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챗GTP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한 이후의 세계는 마치 실시간 기네스 기록 경신대회가 열린 듯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AI가 섭렵 가능한 분야에 대한 소식들이 올라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간 소식은 AI가 설계한 바이러스에 대한 것이었다. 약 2주 전인 지난 9월17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AI를 통해 실제 기능하는 박테리오파지를 설계했다는 내용을 온라인에 발표한 바 있다. 박테리오파지란 바이러스 중에 세균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 종류를 일컫는 말로, 세균들에게는 무서운 천적 중 하나이다. 연구진은 AI가 디자인한 결과를 토대로 인공적으로 합성한 박테리오파지가 진짜 바이러스처럼 세균을 감염시키고 파괴함을 증명해 이를 발표한 것이다.
바이러스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낯설지 않은 일이다. 이미 2003년에 대장균을 감염시키는 Φx174(파이엑스174)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구성하는 5386bp의 DNA를 인공적으로 합성하고 조립하는 데 성공한 바 있으니 말이다. 이후 20여년간, 인류는 다른 종류의 박테리오파지는 물론이거니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사람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까지 잇달아 인위적으로 합성해냈다. 하지만 이 시기 인류가 합성해낸 바이러스들은 어디까지나 이미 ‘서열을 알고 있는 바이러스’에 한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이미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체들의 코드를 알면, 이를 인간의 손으로 필사할 수 있으며, 이 필사본이 원본 바이러스처럼 기능할 수 있음을 알아낸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발표된 내용은 지금까지와는 궤를 달리한다. 이번에 만들어진 바이러스는 처음부터 AI가 ‘디자인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AI에게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LLM)을 학습시켜 사람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게 했듯이, 연구진은 AI에게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체의 유전정보와 DNA가 나열되는 패턴(Genome Language Model·GLM)을 학습시킨 뒤, 이를 바탕으로 AI가 스스로 대장균에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코드를 예측해 디자인하게 한 것이다.
연구진은 AI가 디자인한 300종의 DNA 코드로 인공 바이러스를 만들어내 테스트를 했고, 이 중에서 16개가 실제로 바이러스처럼 기능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보다 세균에 대한 감염력과 감염 이후 파괴력이 더 높았으며, 심지어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지닌 내성세균에도 감염과 성장 억제가 가능한 ‘업그레이드’된 존재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소식은 정식 저널이 아니라 일종의 오픈 플랫폼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를 통해 발표되었기에, 동료 심사와 검증을 거쳐 정식 논문으로 게재되기까지 여러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 가능성만큼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은 인류에게 감염병을 일으키는 다양한 세균들을 GLM을 학습한 AI를 이용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퇴치할 수 있는 맞춤형 항생제의 탄생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춤형 항생제 개발 가능성이라는 이 밝은 소식 뒤 드리워진 그림자는 유난히 짙고 어두워서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는 생명을 다루는 과학기술의 결과물들이 흔히 내포하는 이중 사용(dual use)의 문제 때문이다. 이중 사용 문제란, 긍정적 목적으로 연구된 결과물이 탄생과 동시에 부정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딜레마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이미 과학자들은 1918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사라져버린 스페인독감의 원인 바이러스를 분석해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해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를 만듦과 동시에 인류는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는 든든한 방패와 함께, 자칫 대량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 바이러스라는 날카로운 무기를 양손에 나눠 들게 된 셈이다.
마찬가지로 세균을 공격할 수 있는 인공 바이러스의 설계 가능성은 모든 세균성 질환을 빠르고 안전하게 퇴치할 수 있는 맞춤형 항생제라는 방패와 세균이 아닌 인간을 공격하는 병원성 바이러스 설계 가능성이라는 치명적인 무기를 동시에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 우리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은, 앞으로 수없이 양손에 나눠 쥐게 될 무기와 방패를 얼마나 잘 가려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현명한 판단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