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개인회생 지난 총선에서 단수공천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포항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관련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앞서 경북 산불 피해를 지원하는 특별법안 처리 당시 “호남에서는 불 안 나나?”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포항시농민회와 경북사회연대포럼, 포항환경운동연합은 2일 공동성명을 내고 “김 의원의 녹취록은 그동안 포항에서 치러진 총선이 금권에 의해 부정하게 이뤄졌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폭로한 것”이라며 “수사당국은 포항지역 공천 전반에 대해 전면 수사하라”고 밝혔다.
김 의원과 관련된 녹취록은 지난 29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회의에서 한준호 최고위원이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김의원과 지난해 총선 당시 친윤계 핵심으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이었던 이철규 의원이 지난해 1월31일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겼다.
당시 김 의원은 이 의원에게 “단수공천을 해달라”며 “포항 같은 데는 돈으로 매수를 한다. 보통은 3억에서 5억을 주고 캠프를 통째로 지지 선언을 하게 한다. 그게 일상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이게 걸리면 우리 당이 망하는 건데, 예전에 (경선을) 할 때도 다른 후보가 저한테 돈을 5억을 요구하더라”라며 “지금 또 돈이 오가는 분위기가 약간 나오고 있다. 그런 게 있기 때문에 경상도는 (여론조사가) 세 배씩 차이 나면 그거는 (단수공천으로) 정리를 해주시면 좋다”고 했다.
포항 북구에서 재선을 지낸 김 의원이 3선에 도전하며 지역구의 선거 관행을 언급한 뒤 같은 친윤계인 이 의원에게 단수공천을 청탁하는 내용으로 읽힌다.
포항시농민회 등은 “‘공천받으면 과메기도 당선된다’는 비아냥도 이제는 사라져야한다”며 “현역 의원이 스스로 폭로한 범죄행위에 관련자는 모두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정당과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녹취록이 공개되자 포항의 보수 인사들도 김 의원의 사퇴와 출당을 공식 요구하고 있다. 포항시개발자문위원연합회는 지난 1일 서울 국민의힘 당사로 찾아와 김 의원의 출당 요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사퇴 불이행 시 포항에서 국민의힘 당원들과 탈당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의 금품관련 의혹은 22대 총선 두 달 전에도 있었다. 포항 북당협 홍보특보를 지낸 박광열씨가 의원 사무실 간판 교체비용 2500만원과 변호사비 대납 등 수천만원을 김 의원에게 갈취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김 의원이 공천한 시·도의원 4명도 김 의원의 사퇴와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으나, 김 의원은 22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한편 김 의원은 지난달 25일 경북 대형산불 피해를 지원하는 특별법안 처리 당시 “호남에서 불 안 나나?”라고 소리를 질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기권 표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상도 말로 짧게 축약해 말하다 보니 그렇게 표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시절인 2023년 3월 지역구 한 경로당에서 자신에게 당신이라고 말한 어르신을 향해 “누가 당신 밑이냐. 어디다가 지역 국회의원한테 당신 밑이라는 얘기를 하느냐. 당장 사과하라”고 고함을 질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중장년 남성 국가 수반이 세상을 제패하는 상황에서 1억3000여만 인구를 이끄는 여성 지도자가 있다. 지난해 취임 연설에서 이같이 말한 멕시코 최초 여성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오는 1일(현지시간)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멕시코국립대 에너지공학과의 최초 여성 박사생, 최초 여성 멕시코시티 시장 등을 지내며 ‘유리 천장’을 깨온 그는 가부장제와 여성 차별에 맞서고 있다.
‘마초 국가’로 불리는 멕시코는 여성 인권 수준이 낮은 나라로 꼽힌다. 지난해 발생한 페미사이드(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사건)는 733건으로, 하루에 약 2명꼴이다. 멕시코 국가통계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를 본 여성은 49.7%, 신체 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34.7%에 달했다. 여성이 경제 활동을 하거나 정치를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남아있다.
멕시코 언론들은 그의 당선 자체가 여성의 정치적 한계를 뚫은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성 평등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취임 이틀 후 의회에 성 평등 보장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제출했다. 개헌안에는 ‘남녀는 법 앞에 평등하다. 국가는 여성의 실질적 평등권 행사를 보장한다’ ‘모든 사람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 국가는 여성, 청소년, 아동을 보호할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공무원 임명 시 성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내용과 성 평등 관점에 따라 사법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 동일임금·동일노동 내용 등도 더해졌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성 평등 개헌안을 초당적 합의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의회 연설에서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우리의 의무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필요에 따라 헌법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지난 11월5일 하원의원 468명은 개헌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그로부터 다음 달 새 헌법이 공포됐다.
셰인바움 행정부는 개정된 헌법 조문을 근거로 멕시코 최초로 여성부를 신설하고 여성 복지 정책을 확대했다. 여성부는 셰인바움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여성 노인 연금제를 시작했는데, 이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60~64세 여성에게 2개월마다 3000페소(약 23만원)를 지원하는 제도다.
여성부는 이 밖에 여성폭력 대응 예산을 늘리고, 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개헌 후 9개월이 된 현재 시점에서 개헌 효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나진 않고 있다. 다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단기에 성과를 내기보다 장기적으로 성차별 구조를 없애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 사회에서도 이 같은 변화에 대한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가 있었다. 가톨릭 단체는 셰인바움 대통령의 임신중지 합법화 계획에 대해 반발심을 드러냈다. 보수 성향의 PAN(국민행동당) 소속 리리 텔레스 상원의원은 성 평등 정책이 “여성의 역할을 왜곡하고 전통적인 가족 구조를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성 정책뿐만 아니라 복지 확대, 치안 강화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셰인바움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가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그의 지지율은 79%로 취임 첫 달 지지율과 같았다.
진보 성향 집권당 국가재생운동 소속 남성 정치인들도 국가 지도자 기조에 따라 성 평등 정책을 공개 지지했다. 후안 라몬 데 라 푸엔테 멕시코 외교장관은 “멕시코는 여성의 시대”라며 여성의 권리 향상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카르도 모레날 하원의원은 “성 평등은 지속적인 운동으로 이뤄진다”며 멕시코 사회에서 성 평등이 실현될 때까지 계속해서 싸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 인권단체 워싱턴 라틴 아메리카 사무소(WOLA)는 “성차별과 여성 대상 폭력을 극복하기 위해 법 개혁과 제도적 장치 마련은 중요하다”면서도 “이러한 조치는 충분한 인프라와 예산을 갖춘 공공 정책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셰인바움 행정부를 평가했다.
▼ 윤기은 기자 energyeun@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