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유리된 사법부의 모습과 그에 분노한 소시민 다룬 단편들 추리소설 쓰는 판사 출신 변호사“법정·인간 보며 느낀 것 작품화”“이 법정에서 가장 무심한 사람은 판사였다. 그는 온갖 감정이 교차하는 눈앞의 광경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듯, 손에 든 종이 몇장에 시선을 고정하고 마치 읊조리듯 판결을 읽어 나갔다.”도진기 작가의 단편집 <법의 체면>의 표제작에서 묘사하는 법정의 모습은 이렇듯 무미건조하다. 교통사고로 피해자에게 전치 14주의 상해, 실제로는 식물인간 수준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피해를 입힌 피고인에게 판사는 집행유예 처분을 내린다. 이에 항의하는 피해자 가족의 절규에 판사는 “법대로 했습니다! 돌아가세요!”라고 말한다. 판사는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이보다 법정의 질서를 어긴 이에게 더 엄격한 듯 보인다. 이어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한 노인의 모습이 등장한다. 금은방을 하는 노인은 장물을 거래한 혐의로 재판에서 유죄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