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6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무대에 오른 ‘빌린용기(용기)’(가명·29)의 손은 떨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립·은둔 청년입니다.” 자신을 소개하며 건넨 인사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용기는 “소외된 이들은 뉴스거리가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하는 동료 시민”이라며 “왜 그들이 넘어진 채로 있는지 돌아봐 달라”고 외쳤다. 발언을 마치고 내려오자 한 시민이 “얘기해줘서 고맙다”며 손을 잡았다. 용기는 그때 생각했다. ‘나도 말해도 되는 사람이구나. 내 삶을 책임지지 못하는 나도.’2016년부터 주로 집에만 머물며 스스로 고립됐던 용기는 이번 탄핵 때 집 밖으로 나왔다. 그는 지난 4개월간 90여곳이 넘는 광장을 찾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트랙터 시위, 세종호텔 복직 요구 농성장,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등 ‘차별을 받고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의 수만큼 지켜야 할 광장은 끝도 없이 넓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