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는 복잡하다. 소위 ‘나쁜 놈’ 한 명이 수 백 개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책임이란 단어는 단순해지기 쉽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구조하지 못한 국가 책임을 둘러싼 재판이 그랬다. 세월호 침몰 당시 가장 먼저 사고 지점에 도착했던 목표해경 123정의 정장 김경일 경위만이 금고 3년을 선고받았다. 2023년 법원은 해경 지휘부들이 침몰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하며 무죄를 확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구조 책임(업무상 과실치사죄)과 관련해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재판 결과들이 “결국 높은 데로 올라갈수록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참사는 순식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참사의 국면마다 역할을 했던 국가 공무원들의 책임을 적절히 나눠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이 교수는 2016년 ‘세월호 참사와 피해자의 인권’ 논문을 낸 뒤 국가폭력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