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중계 대통령 선거 운동 열기가 고조되던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을 찾았다. 취재차에서 내려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 터널로 향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오전 내내 내린 이슬비에 젖은 풀 냄새가 짙게 다가왔다. 상쾌했다. 서울 도심, 퇴근길 지하철역, 집 근처에서도 울려 퍼지던 선거 방송과 노랫소리 대신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가 평온하게 다가왔다.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도 밝아 보였다. 그늘에 돗자리 펴고 누워 있거나, 벤치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웃음소리도 나무 사이로 새어 나왔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공원을 살폈다. 한 어린이와 할머니가 나팔관 모형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고 있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팔관에 머리를 집어넣고 외치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의 어머니에게 조용히 인사하고 서둘러 촬영을 준비했다. 아이는 연신 나팔관에 머리를 대고 할머니를 향해 외쳤다. 나는 ...
안동 7남매 중 다섯째로 출생 12세 때 소년공 생활 시작 기계에 왼쪽 팔뚝 찍혀 ‘장애’‘검정고시’ 중앙대 법대 입학 노무현 영향에 인권변호사로 시민운동 한계에 정치 입문“겨울이 깊었던 만큼, 봄은 더 따뜻할 것입니다.”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4월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를 돌파해온 국민을 응원한 말이었지만, 험난한 정치 여정을 버텨온 본인을 향한 언사로도 해석됐다.이 당선인은 회고록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 “내 인생은 위기가 아닌 때가 없었다”고 적었다. 곤궁한 유년기를 거쳐 소년공으로 일하다 장애를 얻는 등 굴곡진 삶을 살았다. ‘정치인 이재명’의 삶도 탄탄대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등 굵직한 직을 맡았으나 주로 당내 비주류에 머물렀다. 확고부동한 당내 입지를 확보한 뒤에도 구 여권의 집중 공격과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다.불법계엄 사태는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