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요란하게 내렸다. 마당에 심은 상추, 오이, 가지가 걱정돼 눈을 뜨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짙은 풀 냄새가 달려들었다. 지난밤에 쏟아진 게 비가 아니라 초록이었을까. 텃밭의 풀도 나무도 색이 깊어졌다. 초록은 밝기가 아니라 깊이로 말해야 하는 색이다. 광합성의 농도가 아니라 잎의 생애가 반영된 색.빗물에 떠내려온 것들을 치우러 대문 밖으로 나갔다가 이웃집 할머니 밭으로 들어가는 동네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얼마 전까지 할머니 손에 들려 있던 호미를 들고 계셨다. 아주머니는 아흔 노인이 평생 손에 쥐고 있던 호미를 내려놓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아는 듯하다. 할머니 텃밭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기 밭처럼 돌본다. 한마을에서 같은 계절과 풍경을 오래 나눈 사이란 그런 것일까. 자주 이사를 했던 내게 ‘이웃’이라는 말은 여전히 속뜻을 알 수 없는 단어다.대문 앞을 쓸다가 무심코 아주머니의 호미질을 넋 놓고 바라봤다. 보통 솜씨가 아니다. 밭에서는 별별 것이 기운...
억척이란 말엔 다분히 오기와 억지가 담겨 있을 테지만, 살아보려고 애를 쓰는 한 인생의 수고와 고생이 설핏 느껴지기도 해. 먹고살기 힘든, 어려운 시절에 누구나 발버둥을 치면서 살아가지. 철학만큼 숭고한 ‘먹고사니즘’… 숨이 턱밑에 훅훅 걸려도 야물게 이를 문 당신, 꼭 껴안아 주고파.지난 바람 부는 날, 나비 한 마리의 열심인 날갯짓을 보았어. 고약한 마파람을 뚫고 어기영차 날던 나비가 꽃에 다다랐을 때 나비는 더욱 빛나고 고운 날개빛을 띠더라. 낮에도 별은 뜨는데 보지 못하는 것뿐. 나비를 무척 좋아했던 ‘울 오마니’ 생각을 했어. 하늘 보금자리 찾아간 엄마.김원일의 소설 <강>에 보면 엄마가 숨을 거둔 밤에 뜨는 별, 오마니별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는 아바지별, 하나는 오마니별. “천지강산에 우리 둘만 남기구 아바지가 오마니 데빌구 하늘에 가서 별루 떴어. 저기, 저기 오마니별 보여?” 발버둥치면서 살지만 고개를 들면 계시는 아바지별, 오마니별....
사기와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 대표가 구속의 적법성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의정부지법은 21일 오후 허 대표에 대한 구속적부심을 연 뒤 “청구가 이유 없다고 판단된다”라며 기각했다.구속적부심은 구속된 피의자가 법원에 구속의 적법성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허 대표는 종교시설 ‘하늘궁’을 운영하며 영성 상품을 영적 에너지가 있다며 비싸게 팔고 상담 등을 빌미로 여신도들의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지난 16일 법원은 허 대표에 대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