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는 이견과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책임을 회피할 때 쓰는 완곡 어법으로 굳어진 지 오래됐다. 대선 과정에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이 말이 다시 등장했다. 사람을 성별, 장애, 연령, 학력, 종교, 고용, 인종,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에 따라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법이다. 많은 나라가 채택했고, 유엔도 한국에 입법을 권고한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대선 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견해를 물었다. 이 후보는 “그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지금 그 논의를 하면 갈등이 심화되고 당장 해야 할 시급한 일들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차별금지법은 2007년 정부 입법예고 이후 20년 가까이 논의됐다. 법안 11건이 ‘사회적 합의 부족’을 이유로 폐기됐지만, 시민의 인식 차원에서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국민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88.5%가 차별금지법에 찬성(찬성하는 편 50.8%, 매우 찬성 37.7%)했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