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거철만 되면 곧잘 무국적자가 되고 만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국민이 원해서 출마한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그의 출마를 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법원에 의해 무국적자로 내몰렸다.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대법관들은 “일반 국민의 시각”을 강조하며 고등법원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국민으로서 내가 기대했던 것은 법 정신과 법리에 입각한 엄밀한 판결이었기에 나는 또다시 일반 국민에서 배제되고 말았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근거로 일반과 비(非)일반을 나누는 것이며, 또 일반 국민의 생각은 통일되어 있다고 믿는 것일까?국민은 결코 단일하지 않다. 인간은 프로그램대로만 생각하는 로봇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지 않음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다만 사람이 인간답게 살려면 사회를 이뤄야 한다. 생각이 다른 수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살자는 목표를 공유하며 모여 사는 것이 바로 ...
올해 1학기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 이후 학교 측의 ‘업무 부담을 해소해주겠다’는 사설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교학점제로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이 확대됐지만 그만큼 이를 관리하기 위한 행정 및 수업 관리 업무가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이다. 사설 업체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고, 학생들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6일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동구의 한 고등학교는 지난달 학사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A 업체와 430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울산 남구의 한 고등학교도 지난 3월 ‘2025학년도 교과교실제 운영’을 위해 A 업체에 연간 이용료 396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A 업체는 출결 관리, 성적 입력, 생활기록부 작성을 디지털화하는 서비스를 판매한다. 이 업체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으로 출결 자동화의 필요성이 증가했다며 자동 출결 관리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과목...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는 지난 2일 출마 선언을 하고 가장 먼저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찾아갔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포옹을 하고 오 시장의 대표 슬로건인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했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하루 한 끼를 지원하는 ‘동행식당’중 한 곳에서 점심도 먹었다.쪽방이 밀집한 이른바 쪽방촌은 정치인들이 ‘서민 행보’를 할 때 자주 찾는 곳이다. 쪽방은 방을 작게 쪼개 한 두 사람이 들어갈 ‘1~2평’ 크기로 만들어 놓은 곳을 말한다. 독립된 주방, 화장실이 없이 딱 잘 수 있는 공간만 있다. 서울에서는 돈의동 외에 종로구 창신동, 용산구 동자동, 영등포구 영등포 등에도 있다.‘정치의 계절’이 시작하고, 정치인들이 쪽방촌을 찾아 이곳저곳을 누비면 쪽방촌 주민들의 삶은 달라질까.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을 지난달 29일과 지난 6일 만났다. 5년 전부터 동자동 쪽방에서 사는 김광범씨(가명·54)는 “창피해서 가족들한테는 그냥 동자동이 아니라 후암동에 산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