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 서울 종로구 신문로 언덕 위에 자리한 경희궁은 조선 시대 궁궐 중의 하나다. 사대문 서쪽에 자리해서 ‘서궐(西闕)’이라 불리기도 한다. 인왕산의 부드러운 능선을 배경으로 지어졌다. 한때는 왕의 거처이자 조선 정치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지금은 도심 속 고즈넉한 쉼터로 시민들의 곁에 남아 있다.
경희궁은 도심 속에서 사계절의 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장소 중 하나다. 나무와 산, 궁궐의 기와와 단청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빛깔을 받아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 추석, 가족과 함께 경희궁을 찾아 그 사계절의 이야기를 직접 걸으며 듣는다면, 마음속에 오래도록 잔잔한 울림이 남을 것 같다.
지난 1년간 경향신문사 건물 9층 휴게실에서 경희궁을 사계절을 휴대폰 카메라로 담았다. 사람도 옷차림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듯, 경희궁도 계절마다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
봄 ― 설렘의 빛깔이 스미다
봄의 경희궁은 막 잠에서 깨어난 듯한 표정이다. 아직 마른 가지 사이로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고, 분홍빛 벚꽃이 군데군데 얼굴을 내민다. 바람은 차가우면서도 어딘가 부드럽고, 하늘은 희미하게 아련하다. 지나온 겨울의 고요를 밀어내고, 생명이 움트는 환희를 품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경희궁의 검은 기와와 붉은 단청은 새싹의 초록빛과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봄의 경희궁은 ‘기대’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여름 ― 생명의 무게가 짙게 드리우다
여름에 바라본 경희궁은 마치 초록의 바다다. 산자락은 짙은 녹음으로 가득하고, 궁궐을 감싼 나무들 역시 무성한 잎으로 햇살을 가린다. 푸른 기운이 화면 가득 번져 시원함을 전하는 동시에, 여름 특유의 눅진한 기운도 느껴진다. 땀방울을 닦으며 걷는 길이지만, 고궁의 돌담길을 따라 들어서면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무더위를 잊게 한다. 여름 경희궁은 자연스럽게 ‘충만함’을 떠올리게 한다.
가을 ― 색으로 쓰는 서정시
가을의 경희궁은 그야말로 ‘화폭’ 그 자체다. 산은 붉고 노랗게 물들어 불타는 듯하고, 궁궐 주변의 나무들 또한 저마다의 빛깔을 뽐낸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궁궐의 기와 위에 황금빛 그림자를 드리운다. 경희궁의 가을은 ‘그리움’이다. 찬란하지만 곧 사라질 것을 알기에 더욱더 애틋하다.
겨울 ― 고요 속의 단단함
겨울의 경희궁은 모든 색을 거둬낸 뒤 고요만을 남긴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눈빛이 스며들고, 뒤쪽 산자락에는 회색빛 바위가 드러난다. 차갑게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도 궁궐은 꼿꼿이 자리를 지킨다. 겨울의 경희궁은 ‘내려놓음’과 ‘인내’를 떠올리게 한다. 사계절 중 가장 담백한 모습이다. 그래서 더욱 숭고해 보인다.
점점 심각해지는 교권 침해로 인해 교직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한국 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이 교직에 만족하며 학생들에게 존중받는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사들은 수업 외적인 업무에서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행정업무에 쓰는 시간이 많았다.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2024 교원 및 교직 환경 국제 비교 조사(TALIS)’ 결과를 보면, 한국 교사 81%가 ‘학생들로부터 존중받는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교원과 교수·학습 환경에 대해 OECD가 실시하는 대규모 국제 비교 연구로, 지난해에는 한국을 포함한 55개국의 교원 28만여명이 참여했다. 같은 항목의 OECD 평균은 71%로, 한국은 이보다 10%포인트 높았다.
‘학부모 등 보호자에게 존중받는다고 느낀다’는 답도 71%로, OECD 평균(65%)보다 높았다. 한국 교사 10명 중 3명(35%)은 ‘교사라는 직업이 사회에서 존중받는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OECD 평균인 22%보단 여전히 높았지만, 2018년 조사(67%)보단 크게 낮아졌다.
저연차 교원의 중도 퇴직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와 상반되는 결과도 나왔다. 30세 미만 교사 중 ‘앞으로 5년 내 교직을 떠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에 그쳤다. OECD 평균(20%)보다 훨씬 적은 수치다. 전체 교사 중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답한 비율도 16%로, OECD 평균(19%)보다 낮았다.
세부 문항을 보면 교사들이 어떤 업무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가 나타났다. 교사들은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학부모 민원 대응(57%), 과도한 행정 업무(50%), 학급 관리 어려움(49%) 등을 꼽았다. ‘교직이 정신건강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은 12%로, OECD 평균(10%)보다 소폭 높았다.
교사들은 수업보다 수업 외적인 업무에서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교사의 평균 근무 시간은 주 43.1시간으로, OECD 평균인 41시간보다 많았다. 이 중 수업과 수업 준비에 쓰는 시간은 25.5시간으로, OECD 평균인 30.1시간보다 훨씬 적었다. 한국 교사가 행정 업무에 쓰는 시간은 주 6시간으로, OECD 평균인 주 3시간보다 2배가량 많았다.
교사들의 급여 만족도는 직전 조사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급여에 만족한다고 답한 한국 교사의 비율은 29%로, 2018년 조사(49%)보다 20%포인트 낮아졌다. OECD 평균인 39%보다도 만족도가 크게 낮았다.
호봉제를 적용받아 연차가 쌓일수록 임금이 상승하는 한국의 특성상 고연차의 급여 수준은 OECD 평균을 웃돌았다. 지난해 구매력평가지수(PPP)로 계산한 국공립학교 초임 교사의 법정 급여는 3만7773달러로 OECD 평균(4만7339달러)보다 낮았다. 반면 15년차부턴 6만5765달러, 최고호봉 교사는 10만4786달러를 기록해 OECD 평균인 6만3925달러보다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