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사 강의에서 해마다 진행하는 토론이 있다. 대선에 빗대어 ‘왕선(王選)’이라 가정하고, 광해군과 인조로 편을 나누어 왕선 토론회를 벌이는 것이다. 각 조별로 자기 왕의 치적을 자랑하고 상대편의 실정을 비판하는 방식이다. 정치·외교, 사회·경제, 후보 검증 등 세 분야로 나누어 토론을 진행한다. 청중석의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누구 편을 들 것인지 미리 작성해오게 하기도 하고, 토론 후 생각이 바뀌었는지 등을 묻는 설문을 하기도 한다.이번 학기엔 마침 대선을 몇주 앞둔 절묘한 시점에 토론 수업이 진행됐다. 그런데 올해 학생들의 토론을 듣다가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광해군 편이건 인조 편이건 비슷한 논리로 방어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인조 조에서 광해군이 영창대군을 죽인 것을 비판하자, 광해군 조에서 그것은 왕이 명한 게 아니라 아랫사람이 제멋대로 행한 것이라고 방어했다. 또 광해군 조에서 인조가 논공행상을 잘못해 결국 이괄의 난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냐고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