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말은 참 흔하다. 선거철인 지금은 정치권에서도, 특히 대선 후보 동선마다 한 번씩 들려온다. 그러나 한국에서 ‘리더’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서 이 말의 진짜 의미를 아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윗사람이 친히 ‘들어주는’ 행위 자체가 미덕인 줄 알거나, 직원들과 화기애애하게 몇마디 나누다 “탕비실 간식 바꿔달라”는 민원 정도 들어주고는 소통 잘했다 여기는 사람이 많다.경영학과 조직행동 연구에서는 현장 직원들이 업무를 재창조한다는 사실을 오래전 밝혔고, ‘잡 디자인’ ‘잡 크래프팅’ 등 이론으로 만들어 활용한 지도 한참이다. 아무리 업무 분담을 철저히 해서 내려주는 조직이어도 실무자는 그 일을 경험하며 해석하고, 자기 자원을 투입하거나 조직 자원을 끌어오는 등 과정을 거치며 업무를 이전과 다른 것으로 만든다. 이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란 실제로 조직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다.이와 관련해 최근 인상 깊었던 내용이 대전 둔...
8년째 아들의 희소병을 치료하고 있는 대학병원에 전 재산을 기부한 어머니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단국대병원에서 8년째 치료를 받고 있는 김대건군의 어머니 최정민씨.단국대는 최씨가 최근 희소병 치료와 의료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단국대 병원에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할 것을 약속했다고 14일 밝혔다.최씨의 아들인 김군은 8년간 단국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순일 교수를 비롯한 단국대 병원 의료진들에게 치료를 받았다. 지난했던 시기를 지켜본 최씨는 희소병 치료와 연구의 기틀을 다지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 재산 기부를 결정했다고 한다.최 씨는 “이순일 교수님을 비롯한 의료진이 아들을 마치 친자식처럼 아껴주시고 정성껏 치료해 주셔서 8년이라는 긴 투병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아이처럼 희소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살리는 일에 뜻있게 써주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안순철 단국대 총장은 “김군의 빠른 회복을 위해 의료진을 비롯한 모...
공장을 철거한다고 해서 급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박정혜씨 이야기다. 21일이면 고공농성한 지 500일이 된다. ‘또 고공농성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했다. 정혜씨는 지난해 1월 철거업자들이 들이닥치고 더는 버틸 곳이 없자 새벽에 짐을 챙겨 옥상으로 올라갔고 계단 입구에 쇠사슬을 걸어 고립시켰다. “이렇게 내몰리듯 쫓겨날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들은 옥상으로 올라간 것인가, 옥상으로 쫓겨간 것인가.2022년 10월 이 공장에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회사는 한 달 만에 청산을 결정했다. 2003년 구미국가산업단지 외국인투자전용단지에 입주하면서 50년간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받았고 법인세, 취득세 등 세제 감면 혜택을 받은 회사다. 화재 보험금 1300억원가량도 알뜰하게 받아갔다. 회사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