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들이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수사당국이 반유대주의에 의한 ‘혐오범죄’로 규정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작전을 확대한 가운데 반유대주의 폭력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미국 검찰은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에 총을 쏴 숨지게 한 일라이어스 로드리게스(30)를 1급 살인 혐의, 외국 공무원 살해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로드리게스는 지난 21일 워싱턴에 있는 수도 유대인 박물관 인근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을 총격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범행 후 체포 직전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외쳤다. 피해자들은 박물관에서 열린 유대인 단체 미국유대인위원회(AJC) 주최 행사에 참석한 후 박물관에서 나오던 길이었다.숨진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사라 밀그림(26)과 야론 리신스키(30)는 약혼을 앞두고 있던 커플로 알려졌다. 이들이 사고 당일 참여한 행사는 여러 종교 단체들이 모여 가자...
‘사회적 합의’는 이견과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책임을 회피할 때 쓰는 완곡 어법으로 굳어진 지 오래됐다. 대선 과정에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이 말이 다시 등장했다. 사람을 성별, 장애, 연령, 학력, 종교, 고용, 인종,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에 따라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법이다. 많은 나라가 채택했고, 유엔도 한국에 입법을 권고한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대선 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견해를 물었다. 이 후보는 “그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지금 그 논의를 하면 갈등이 심화되고 당장 해야 할 시급한 일들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차별금지법은 2007년 정부 입법예고 이후 20년 가까이 논의됐다. 법안 11건이 ‘사회적 합의 부족’을 이유로 폐기됐지만, 시민의 인식 차원에서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국민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88.5%가 차별금지법에 찬성(찬성하는 편 50.8%, 매우 찬성 37.7%)했다. 5...
23일 서울대학교 관정도서관 양두석홀 무대에 오른 이윤정양의 손이 떨렸다. 재작년 한국으로 이민 온 중국인 윤정양은 한 손으로 마이크를 꼭 잡고 앞을 바라봤다. 러시아,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청소년들이 앉아 있었다. 저마다 다르고 또 닮은 얼굴들이었다. 윤정양은 힘주어 말했다. “이민은 도망이 아니라 또 다른 인생을 선택한 것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꼭 말하고 싶어요. 낙담하지 말고 포기하지 마세요.”이날 서울대 다문화교육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제1회 이주배경청소년 이중언어말하기 대회’는 이주 청소년들이 한국어와 모국어로 자신의 이민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따라 한국으로 이주해 온 십대 청소년들이다. 윤정양도 한국어로 발표한 뒤 같은 내용을 중국어로 말했다. 한국어를 말할 때 경직됐던 어깨는 모국어로 발표하면서 조금씩 풀어졌다. 33명의 청소년은 말이 멈추고 엉키는 순간들을 서로 기다려주고 격려하며 이민 경험을 나눴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