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학교폭력변호사 할머니가 낳은 여섯 남매의 자녀들은 할머니의 무릎에 모여 앉아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할머니의 주요 레퍼토리는 6·25전쟁이었다. 시어머니와 시동생들의 손을 붙잡고 서울을 떠나 오른 피란길의 기억이 밤마다 펼쳐졌다. 먹을 것을 나누어 준 낯모르는 이웃들, 첫아이를 출산한 정읍, 갓난아이를 안고 넘은 지리산, 부산에 도착해 다시 할아버지를 만나는 이야기를 나는 듣고 또 들었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언제나 당부였다. 혹여나 다시 전쟁이 나거들랑 눈에 띄는 행동을 삼가고, 서로를 찾지도 말아라. 전쟁 중에는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하고 전쟁이 끝나면 꼭 다시 만나자.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세상을 떠난 가족과 이웃의 얼굴을 숱하게 기억하는 가족의 지침은 ‘가만히 있으라’였다.지난 12월3일, 계엄령이 선포되고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국회로 달려갔다. 국회에 군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화가 났다. 모두가 하루하루의 노동으로 일구는 이 사회를 언제...
“저는 일차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지면 결국은 큰 병원 입원실, 응급실 이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요.“2023년 3월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은 살면서 한 번도 연고가 없던 평창으로 왔다. 그는 예방의학 전문의이자 보건학 박사다. 8년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근무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 경기 안산시 상록수보건소장과 감염병관리지원단장으로 일했다. 몇십만에서 몇백만명 단위의 지자체 보건을 책임지던 그가 인구 4만명 남짓한 작은 도시 평창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11월 말 의료원에서 만난 그는 ‘경기도에선 하기 어려워도 평창에서는 할 수 있는’ 시도들을 이야기했다.일차의료(primary care)는 시민들이 건강을 위해 가장 먼저 대하는 보건의료를 의미한다.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1~3차로 나눠놓은 의료전달체계와는 결이 다른 개념이다. 일차의료는 사는 곳을 기반으로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 건강증진 활동 등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해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전 수차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통화했고, 포고령 작성 과정에 제3자가 개입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수사기관이 확보했다. 퇴역 군인인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 깊은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인물로, 현직 정보사령부 군인들과 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포고령 문구를 직접 작성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내용도 수사 중이다.1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등은 최근 김 전 장관 측근으로 알려진 군 관계자 A씨를 불러 조사하면서 김 전 장관이 계엄 이전부터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여러 번 통화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A씨는 수사기관에 김 전 장관이 통화를 하며 “상원아”라며 이름을 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A씨는 이 인물이 노 전 사령관인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