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공연 탕비실. 물을 끓이는 주전자를 뜻하는 일본어 유와카시(湯沸し)를 우리식 한자 독음으로 그대로 읽어 유래된 단어다. 과거 탕비실은 글자 그대로 사무실 한편에 커피나 물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된 작은 주방이었으나 지금은 그 개념이 달라졌다. 탕비실은 ‘사내 카페’ ‘라운지’ ‘카페테리아’와 같은 이름을 달고 탈바꿈하고 있다. 각박한 일터에서 직장인들에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오아시스이자, 사내 중요 정보부터 뜬소문까지 활발하게 오가는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탕비실’ 키워드를 꺼내 들자마자 여러 직장인이 할 말 있다며 손을 들었다.■“우리 회사 탕비실을 소개합니다” 서울 마포구 망원역 근처에 있는 어크로스는 대중 교양서 전문 출판사다. 주택을 개조한 사무실은 포근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탕비실 한쪽에는 샌드위치와 토스트 등이 갖춰져 있다. 13인의 직원들은 회사를 일터라기보다 제2의 생활공간으로 여긴다고 말한다.어크로...
“지금 접수하면 4시간은 기다려야 된대.”번호표를 뽑아 든 백발의 남성이 뒤따라 온 친구에게 손을 내저었다. 2025년도 노인 일자리 모집 첫 날인 지난해 12월5일 서울 동대문구 시니어클럽. 신청서 접수 10분 전부터 비좁은 복도가 인파로 가득 찼다. 지난해 관내 한 초등학교에서 교통안전도우미로 일했다가, 올해도 ‘재취업’에 나섰다는 박경자씨(가명·79)도 그 중 한 명이다.“솔직히 생계 때문이 크지. 자식들도 잘 안 풀리는데 용돈 달라고 하기 그렇잖아.” 일주일에 5일, 하루에 1시간을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월 27만9000원(지난해 기준).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식당 일을 오래 하느라 국민연금을 들지 못했던 박씨에겐 기초연금(30만원)과 함께 최소한의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소중한 소득원이다.문제는 노인들의 취업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하고자 하는 노인은 많은데 노인을 원하는 곳은 적다보니 노인들의 노동 환경은 갈수록 불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