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경기 나는 그이를 광주 이모라 불렀다. 이름도 정확한 나이도 모른다. 엄마가 친구라 했으니 비슷한 또래일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아버지는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그때만 해도 광주는 머나멀었다. 아버지 면회를 갈 때마다 엄마는 광주 이모 집에서 자고 먹었다. 이모 집은 넓은 정원이 딸린 멋진 한옥이었다. 전통 한옥은 아니었던지 마루 끝에 유리로 된 미닫이문이 달려 있었다. 이모는 고급스러운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피부가 서양인처럼 새하얗고 볼이 통통했다. 내가 태어나서 본 가장 하얀 사람이었다. 입고 있는 한복처럼 고급스러운 것도 같고, 어딘지 나른한 것도 같았다. 이모가 미닫이문을 열고 마루에 앉아 봄볕을 쬐며 자울자울 졸고 있는 모습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그 나른한 첫인상 때문이지 싶다.이모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었다. 딸의 얼굴은 두어 번 봤다. 내 엄마라고 해도 될 만큼 나이가 많았고, 직장에 다니는 노처녀였다. 나보다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