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티비갤러리 춘포, 한글로 풀이하면 봄개, 봄 나루라는 뜻이다. ‘봉개’라고도 불린다. 시간에 돌의 모서리가 닳는 것처럼 사람의 말도 부드럽게 닳아져 ‘봄’이 ‘봉’이 되었다. 봄이 지나는 길, 혹은 얼었던 강물이 녹아 봄이 되어야 물길이 열리기에 봄개라고 한다. 바닷물이 들어오던 나루터, 춘포에는 평야와 만경강, 뱃길이 있다. 풍요의 흔적이자 일제강점기에 겪었던 수탈의 현장이기도 하다. 일본으로 보낼 쌀을 실어 나르던 간이역이 그 증인이다. 지금은 폐역이 됐다. 뱃길은 닫혔고, 봉개는 잊힌 이름이 됐다.나는 춘포에 산다. 동네 어르신들은 나를 ‘마을 끝에서 프랑스 남자와 살면서 개를 끌고 다니는 여자’라고 부르신다. 인디언식 이름을 연상시키는 이 표현이 다소 투박하기는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나’라는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과 내가 살아가는 장소만큼 중요한 게 있겠는가.처음 춘포에 왔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낡고 오래된 집들과 그 집주인들이 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