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내구제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죽음’과 관련된 피해자는 두 번의 피해를 경험한다. 개별의 ‘사건’은 저마다 다르다. 일하다 죽거나 재난·참사의 피해자가 되는 각각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첫 번째 ‘사건’ 이후, 진실에서 소외되는 체계적인 박탈의 경험을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의 피해가 발생한다. 이들은 ‘피해자의 가족’에서 ‘피해자’가 되는 경험, 살아서 ‘유가족’이 되었지만, 그 ‘사건’의 피해를 ‘사건 이후’ 겪어낸다는 점에서 또 다른 당사자이자 주체가 된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하자 기존의 재난·참사 피해자들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다 꼬리만 남은 비행기의 잔해를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다. 비행기 꼬리는 각자 자신들이 겪은 ‘사건의 원점’과 포개어진 것 같다. 무너진 백화점의 철골이 튀어나온 그을린 벽 앞에, 가라앉는 배 위에, 불에 타다 못해 녹아내린 지하철 안에 자신의 삶을 묶어놓은 유가족들은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고 ...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당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당의 자성을 요구하는 ‘비이재명(비명)계’와 대안 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힘을 받았던 이재명 대표 체제가 허점을 노출하면서, 비명계 주자들이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린 것으로 분석된다.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은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고 해도, 일상이 돼버린 적대와 싸움의 정치는 안타깝다”며 최근 당의 지지율 하락을 불러온 대여 강경 대응의 문제를 지적했다.그는 “원칙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위치를 먼저 탐하고, 태도와 언어에 부주의한 사람들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는 게 불편하다”며 “모질고 독한 표현을 골라 함부로 하는 말은 무엇을 위함이고 누구에게 잘 보이려는 것인가”라고도 반문했다. 강성 당원들에 편승하는 당내 인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임 전 실장은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 대표 ...
도종환 전 의원의 추천으로 오장환 시인의 ‘병든 서울’을 읽으며 병든 민주주의를 생각했다. “인민의 힘으로 되는 새 나라”를 꿈꿨던 시인은 ‘해방 정국’이 기대와 달라지는 것에 화가 났다. “짐승보다 더러운 심사에/ 눈깔에 불을 켜들고 날뛰는 장사치와/ 나다니는 사람에게/ 호기 있이 먼지를 씌워 주는 무슨 본부, 무슨 본부,/ 무슨 당, 무슨 당의 자동차”만 살판이 난 것처럼 보였다. 당과 본부들이 상대를 잡아먹을 듯하더니 결국 인민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적대로 분단시켰다. 한국전쟁 이듬해, 시인은 “내 눈깔을 뽑아 버리랴, 내 씰개를 잡어떼어 길거리에 팽개치랴”며 개탄하듯 세상을 떠났다. 그때 못지않게 지금의 우리 민주주의도 병들었다고 말하면, 지나친 일이 될까.윤석열과 이재명이 맞붙었던 지난 대선을 당시 사람들은 “비호감 선거”라 불렀다. 신념과 대의는 고사하고 그럴듯한 정책 논쟁도 없이 서로의 범죄 요건만 거론하다 끝난 선거였다. 그때 이후 한국 정치는 도무지 정치 같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