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탐정사무소 시루에서 콩나물을 뽑아내고 번쩍번쩍 빛나는 갈치의 목을 딴다엄마 손은 약손 엄마 손은 두꺼비 손 뚝딱뚝딱 밥이 나오고 공책이 나오고 표준전과가 나오고마음먹고 산 옷의 지퍼가 올라가지 않을 때 사람의 입술이 성벽처럼 완고할 때 돌을 던지고 모래를 흩뿌려댔다 세상에 대한 유일한 저항이 내 손을 더럽히는 것이었다니손을 잡고 싶었지만 망설였고 손을 내어줄 수 있었지만 주머니에 넣어 두는 편이 안전하다 믿었던 날손쓸 수 없는 일도 세계엔 넘쳐났지보증금 천에 월 삼십, 손 없는 날을 골라 이사했지만 부자가 되거나 갑자기 월급이 오르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도 안심은 되었다 더 불행해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침대맡에 호랑이 그림을 올려 두고는 손이 하나뿐인 어떤 여인을 손가락이 열한 개인 또 한 여인을 위해 기도하다 보면 겨울이 무던히도 지나갔다, 지나가지 않았다불도 켜지 않은 저녁에 뭉툭한 엄마 손이 겨울 외투를 깁고 있다 오래된 것들이 빚어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한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당시 서구 사회의 변화에 ‘탈신비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술과 마법의 힘에 의존하고, 인간의 이해를 넘는 신비한 영역을 인정하던 시대를 지나, 무엇이든 설명하고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합리적·과학적 신념이 퍼져나가던 시대의 흐름을 포착한 말이었다. 그가 언급한 관료제는 오로지 합리성과 법에 의해 권위를 확보하는, 신비함이 벗겨진 의사결정 기계다. 베버는 어디까지 옳았는가.훌륭한 합리성에서는 모종의 신비함이 느껴진다는 역설은 차치하고라도, 신비에 대한 감각은 현대에도 사라지지 않고 합리성만으로 확보할 수 없는 정당성을 국가 제도에 부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법원이다. 법원은 여전히 법복을 입고 있는 법관이라는 세속적 성직자들이 폭력을 독점한 국가의 권위에 힘입어 사회의 현존 질서를 지탱하는 법률의 의미를 새겨주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삼권분립하에서 민주공화국의 최후의 보루, 기본권의 마지막 수호자 같은...
이광우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이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 때 관저에 기관단총을 배치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본부장은 “시위대에 대비하기 위함이었고, 대통령 지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김성훈 경호차장과 함께 윤 대통령 체포 저지에 앞장선 것으로 지목된 이 본부장은 23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무기를 가족데스크에 추가 배치한 이유는 진보노동단체 시위대의 대통령 체포조 운영과 관저 침탈 위협 때문”이라고 밝혔다.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최근 경호처 관계자들을 조사하면서 이 본부장이 “관저 무기고에서 MP7 2정과 실탄 80발을 꺼내 가족데스크에 배치하라” “(관저) 제2정문이 뚫린다면 기관총을 들고 뛰어나가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이 본부장에 따르면 경호처는 지난 11일 관저 내부 가족데스크로 기관단총 MP7 2정을 배치했다. “제2정문이 뚫린다면 기관총을 들고 뛰어나가라”는 지침은 “시위대에 의해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