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과학 한 스푼]주방에 금속이 많은 이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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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121.♡.249.163) | 작성일 | 25-06-01 22:25 | ||
조리 도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조건들 가운데 하나는 열을 전달하는 능력입니다. 식재료를 담아 조리하려면 아무래도 열전달이 빠를수록 유리하기 때문이죠. 금속은 특히 이 능력이 뛰어난데, 순위를 매기자면 은·구리·금·알루미늄·철·스테인리스 스틸 등의 순입니다.
모든 물질들은 그 내부를 확대해보면 아주 작은 원자들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자들은 그 중심부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을 전자들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입니다. 보통은 외부의 전자들이 원자핵에 의해 단단히 붙들려 있어 그 움직임에 제한이 있지만, 금속은 특이하게도 가장 바깥의 전자들이 다른 원자들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자유전자라 부르기도 하죠. 금속이 전기를 잘 통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전자들이 ‘자유롭게’ 전기를 실어나르기 때문입니다. 금속의 열전달이 빠른 이유 또한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자유전자는 전기뿐만 아니라 열 또한 잘 전달하는 것이죠. 물질이 외부의 에너지를 흡수해 전자·원자와 같은 내부 입자들의 에너지 수준을 높이는 과정이 바로 열전달인데, 금속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전자들로 인해 이 과정이 매우 빠르게 일어납니다. 열전달만 놓고 본다면 은·구리·금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문제는 가격입니다. 그래서 주로 사용되는 것이 철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가공 또한 비교적 쉽기 때문이죠. 하지만 쉽게 녹이 스는 단점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표면을 코팅하거나, 아니면 소량의 크롬을 합금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스테인리스 스틸입니다. 한편 철만큼이나 좋은 소재는 알루미늄입니다. 게다가 알루미늄은 가볍고 녹이 잘 슬지 않으며 가격 또한 저렴하죠. 그래서 최근에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프라이팬이나 냄비 등과 같은 주방 도구들도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알루미늄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염도와 산도가 높은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알루미늄 성분이 음식물 안으로 녹아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2017년 발표된 국내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김치찌개를 알루미늄 냄비에 끓였을 때 찌개 1㎏을 기준으로 9.86㎎의 알루미늄이 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나 문제는 체내에 장기적으로 축적되면 뇌, 신장, 면역체계에 이상 반응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국제 기준으로는 70㎏의 성인이 1주일간 140㎎ 미만을 섭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알루미늄 소재의 주방 도구들은 표면을 산화알루미늄 피막 등으로 코팅하기도 하는데, 특유의 노란색 광택을 자랑하는 양은냄비는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최근에는 가장 안쪽에 알루미늄을 넣고 그 바깥은 스테인리스 스틸 등 다른 금속으로 감싸서 열전달은 빠르면서도 훨씬 더 안전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만약 금속이 아니라 유리나 도기 등과 같은 다른 물질들이 더 뛰어난 열전달 능력을 보였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주방의 풍경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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