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부고를 들었다. 더 오래전에 까맣게 잊은 사람의 부고였다. 그이, 곽센떡은 우리가 세 들어 살던 집의 식모였다. 나에게 몰래 먹을 것을 주려다 주인에게 들켜 노상 두들겨 맞던 영자 언니가 무슨 일이었던지 식모살이를 그만뒀다. 무슨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아무도 그 집 식모로 오려 하지 않았다. 부잣집 딸로 고이 자란 주인 마나님이 일꾼들까지 십수명 밥해대는 게 쉬웠으랴. 보다 못한 엄마가 곽센떡을 추천했다. 인생 첫 노동에 지친 주인 마나님이 어린아이까지 딸린 곽센떡을 마지못해 허락했다.몇살이나 되었을까, 서너 살은 되었던 것 같은데 그 아이 목소리를 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 닮아 눈이 커다란 아이는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제 엄마의 치맛자락 뒤에 숨어 있었다. 곽센떡은 아들을 치맛자락에 매단 채 밥을 짓고 청소를 했다. 치맛자락을 놓으면 제 엄마가 하늘로 날아가버릴 것 같은 모양이었다. 죽자고 따라붙는 아이 때문에 주인아줌마...
지난 20일 오후 퇴근길에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제주 세미놀을 사왔다. 2㎏ 한 상자에 1만9500원. 지난해 1만9550원과 큰 가격 차이가 없다. 세미놀은 온주밀감처럼 가을·겨울이 아닌 봄에 수확하는 귤인 만감류다.그런데 세미놀은 다른 만감류와 달리 과육 한쪽 한쪽마다 씨앗이 있다. 과일 1개에 5~15개쯤 씨앗이 나온다. 먹기에 조금 불편하다. 또 당도보다는 산도가 높다. 그래도 과즙이 풍부해 최근 시작된 무더위에 쌓인 피로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만감의 특별한 효능이다. 왜 조선시대 신하들이 감귤을 임금에게 가장 받고 싶은 하사품으로 꼽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농촌진흥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는 400여종의 감귤이 있는데 그중 40여종을 주로 키운다. 이 가운데 나는 만감을 좋아한다. 1월 말부터 레드향과 한라봉을 시작으로 천혜향, 청견, 진지향, 세미놀 등이 5월 말까지 나온다. 당도는 레드향이, 산도는 천혜향이 강하다. 나도 이 둘을 가장 좋아한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