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마케팅 추석 연휴에 땅콩을 수확했다. 땅콩 줄기를 캐어 꼬투리를 딴 후 깨끗이 씻어 널어 말렸다. 이 단순한 동작을 10시간 이상 반복하고 무거운 걸 들었다 놨다 하며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나니,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즐거운 노동이었다. 가끔 하는 일이라 그런가 하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지 싶다. 노동이란 게 기쁜 일이 될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노동’이란 “몸을 움직여 일함”으로 정의된다. 몸을 움직이는 모든 일이 힘든 건 아니다. 어떻게 우리의 몸을 움직여 일하는지, 노동의 조건이 중요하다. 휴식할 시간과 공간이 없고, 영양 있는 식사를 할 수 없고, 노동의 결실에서 소외된다면, 그 일은 극한의 고통이 된다. 반대로 일이 고된 만큼 충분히 휴식하고, 체력을 보충시키는 좋은 음식을 먹고, 내가 심고 수확한 작물을 보며 기쁨을 만끽할 때, 노동은 즐거운 일이 된다.
모든 노동이 그러할 것이다. 노동이란 자신을 ‘쓰고’ 소진하는 무엇이 아니라,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며 나를 채우는 결실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라면, 노동은 삶의 본질이자 이유가 된다. 1944년 국제노동기구의 목표를 천명한 그 유명한 필라델피아 선언은 이렇게 시작한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사람은 ‘쓰는’ 무엇이 아니라는 묵직한 선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노동자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법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람을 ‘사용자’라고 부른다. 수업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사용자’라는 말을 쓰지만, 언제나 머뭇거린다. ‘사용’의 사전적 정의에는 “사람을 다루어 이용함”이 들어 있다. 애초에 ‘고용’이란 단어가 쓸 용(用)자를 포함하고, 사전적으로 “삯을 주고 사람을 부림”이라고 풀이된다. ‘사람을 쓴다’는 말은 일상어이기도 하다.
말은 그저 기호가 아니라 세계관을 담는다. ‘사용자’라는 언어 기호가 가진 몰인간성이, 노동에 대한 관점을 반영하고 또 만든다고 생각한다. 인구를 인력으로 보고 노동자를 노동력으로 취급하며, 사람을 쓰고 쓰임을 당하는 도구로 바라보게 한다.
마치 사용자는 ‘사람을 다루어 이용’할 권리가 있는 듯 인식되고, 노동자는 ‘시키는 일을 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인간이 자유의지로 몸을 스스로 움직여 일하는 의미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몸이 지배당하는 상태로 노동의 의미가 변질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용허가제’를 곱씹게 된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하는 중소제조업, 건설업, 농축수산업 등 사업장에서의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는 제도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의 노동자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일단 국내에 온 이주노동자를 다른 직장으로 이동할 수 없게 묶어두어 강제노동을 용인한다. 이주노동자는 채용 절차상 어떤 직장에서 일하게 되는지 모른 채 고용주에 의해 선발되어 입국하는데도, ‘사용자’가 허락하거나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 노동자의 자유의사로 다른 직장으로 갈 수가 없다.
농축수산업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더 열악하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서 농축수산업이 적용 제외되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만 해당하는 규정은 아니지만, 내국인이 떠난 자리를 메꾸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농업 분야 이주노동자의 휴일은 대부분 월 2~4일이다. 휴일이 없다는 응답도 많다. 주 4일 근무를 논하는 시대에 이런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이 어떻게 사회적 파장 없이 용인되고 있는지 믿기 힘든 정도다. 게다가 주거환경이 열악해, 숙소에서 지친 몸을 회복하기는커녕 생명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고용허가제는 노동자가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외국인이 취업하면 최소한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생활하도록 동반비자가 허용된다. 그런데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에겐 이를 불허한다. 왜 10년 가까이 한국에서 일하면서도 저숙련 노동이라는 이유로 가족과 분리되어 생활해야 하는지 합리적인 설명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추석에 가족과 함께하는 동료들을 보며 이주노동자는 어떤 마음이 들까.
한 해의 수확을 축하하고 나누는 추석에, 정작 작물을 재배하는 일을 한 노동자가 그 노동의 결실에서 소외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명절 식탁에 올라갈 작물을 생산한 이주노동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물론 이주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연휴 동안 쉴 수 없었던 수많은 노동자가 있다. 누군가에겐 길지만 누군가에게는 짧거나 없었을 휴일에 대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더 나은 내년 명절을 기약하면 좋겠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임 전 비서관에게 ‘평양 무인기 작전’ 등 불법 계엄의 밑 작업이 될 수 있는 군사작전이 언제 처음 논의됐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임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권 시작부터 국가안보실에서 군사작전 대응과 장성 인사 등에 관여했다.
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팀은 지난 2일 임 전 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임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을 지냈다. 앞서 임 전 비서관은 채모 해병 순직 사건 및 수사외압 사건과 관련해 채 해병 특검에서 다섯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내란 특검에게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임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하면서 지난해 실행된 평양 무인기 작전이 2023년 이전에도 계획된 정황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안보실에 소속된 국방비서관은 국방 정책 검토·조율, 군사작전 대응, 장성 인사 자문 등을 한다.
특검팀은 앞서 신원식, 장호진 등 두 명의 전직 국가안보실장과 임 전 비서관 후임자였던 최병옥 전 국방비서관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임 전 비서관이 이들보다 먼저 국가안보실에서 군사작전을 조율했던 만큼 평양 무인기 작전이 언제 처음 논의됐는지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임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하면서 윤 정권 초기부터 불법 계엄이 논의된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계엄 선포 동기를 ‘더불어민주당의 쟁점 법안 단독 처리’ ‘검사 탄핵 추진’ 등으로 적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보다 앞선 집권 직후부터 국헌문란 목적으로 불법 계엄을 기획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엄의 출발점과 동기 등을 다시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12월쯤 국민의힘 지도부와 저녁을 먹으면서 불법계엄을 암시하는 ‘비상대권’을 언급했다는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영 특검보는 지난달 12일 브리핑에서 “내란 특검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 도대체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란 걸 언제부터 생각했느냐는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모의했고 누구와 협의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