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골드 지난가을 나의 친애하는 떡집언니-나에게는 언니요, 남에게는 할매다-가 웬일로 점심을 사겠노라 연락을 했다. 비싼 떡갈비를 얻어먹고 헤어지려는데 언니가 선물 꾸러미를 내밀었다. 알고 보니 언니의 팔순이었다. 언니는 팔순을 맞아 자식과 친척, 성당 사람들, 친구들 몇 팀에 식사를 대접했단다. 작은 선물과 함께.“나이 들어봉게 곁에 사램 있는 것이 젤로 좋데. 먼저 안 가불고 나랑 놀아주제, 밥 묵어주제, 월매나 고마운가. 하도 고마와서 나가 밥 한 끼 대접하는 것이여. 긍게 말 안 했다 서운해 말소이.”이렇게나 쿨한 떡집언니는 1945년생, 해방둥이다. 여순 항쟁 직후 빨치산의 짐을 날라줬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외삼촌이 한날한시에 세상을 등졌다. 자식 넷을 떠안게 된 어머니는 광의면 여맹위원장이었다. 당연히 어머니도 잡혀들어갔다. 어느 날 유치장에서 임신한 사람은 나오라고 하더란다. 임신한 게 아니었으나 어머니는 직감적으로 손을 들었다. 기지 덕분에 어머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