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일로 합니다] “문학이란 가려진 마음을 비춰주는 것” | |||||
---|---|---|---|---|---|
작성자 | (121.♡.249.163) | 작성일 | 25-06-01 07:43 | ||
‘1도씨와 온도들’(1도씨)은 공연예술 전문 출판사다. 문학 장르 중에서도 대중성이 낮은 편에 속하는 희곡집을 주로 낸다. 출판한 책들은 대체로 2쇄를 찍기가 어렵다. 2014년 문을 열고 지난해 10주년을 맞아 “마음먹고 폐업 준비”를 했으나 실패했다는 허영균 1도씨 대표를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출판인이기 이전에 공연기획자, 연출과 관객을 이어주는 드라마터그 등으로도 활동하는 공연예술인이다. 허 대표는 “공연장에 가는 경험은 어느 날 갑자기 할 수 없다. 공연예술이 무엇이고 어떻게 봐야 하는지, 어떤 것이 재밌는지 아는 것도 어렵다”며 “나도 공연을 좋아지만 큰마음을 먹고 극장에 간다. 그때 책을 생각했다. 공연으로 봐도 문학 장르로 봐도 흥미로운 책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관객이 될 독자, 독자가 될 관객을 기다린다’는 1도씨의 모토는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공연예술과 출판 프로젝트를 연계하는 작업을 주로 한다.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세혁의 첫 희곡집 <레드 채플린>이 2015년 1도씨에서 나왔다. 2021년 개정판도 냈다. 총 3쇄까지 찍으며 1도씨에서 “최대 아웃풋”을 낸 작품이 됐다. 주로 그가 관심 있게 보는 작가의 희곡집을 내는데 최근엔 극작가 신혜연의 작품을 모은 <악어시, 체액, 그리고 도둑들>을 출판했다. 젊은 예술인들이 짧은 작품들을 모은 <10분 릴레이 희곡집>도 있다. 네번째 시리즈까지 나왔다. 1도씨는 읽는 희곡을 추구한다. 무대를 넘어 종이에 새긴 희곡집은 왜 필요하며, 허 대표가 생각하는 문학으로서 희곡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문학이란 보기,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로 이루어진 인간의 매우 자연스러운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문학이 없으면 가려진 내 마음을 비출 것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죠. 희곡은 대사와 행동 지문을 통해서 무대 위의 공간을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재미가 있는데, 마치 입체로 된 종이에 글을 쓰는 것 같은 느낌, 혹은 오케스트라 악보를 봤을 때 느껴지는 재미가 있어요.” 희곡 외에 공연예술 분야의 다양한 책도 출판한다. 2014년 사망한 공연예술가 채홍덕의 이야기를 다룬 <채홍덕 리부트>도 있다. 허 대표는 “채홍덕님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추모활동을 하는 친구와 선후배들이 10주기를 맞아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채홍덕의 작품과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을 담을 책을 만들고 싶어져 출간했다”고 말했다. 시각 장애인 연출가들의 에세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도 공연예술 업계에서 나름 화제가 된 책이다. 1인 출판사이다 보니 출판한 책의 수가 많지는 않다. 책 작업을 하며 무대 연출처럼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는 편이다. 그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익숙하니까 스마트폰 비율을 맞춰 가로 10cm, 세로 16cm로 만든 책도 있다. 어떤 책은 여백을 최소한으로 하고, 주로 책 뒤편에 찍는 책 정보 바코드를 책등에 찍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10년 하니 어느 순간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 대표는 “출판에 목매어 해야하는 일을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즐겁게 마무리하려고 지난해 폐업 파티를 준비하던 차에 ‘서울기록원’과 공연예술과 관련한 인터뷰를 하게 됐다. 누군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바라봐 주고 인정해 준다는 생각이 들어 감동받고 폐업 파티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올해 11주년을 맞았다. 그간 협업을 하는 예술인들과 공동으로 작업실 겸 사무실을 꾸려왔으나 이달 말에 드디어 부암동에 1도씨만의 독립 사무실을 차릴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라디오로 송출하는 1도씨 작품집’이라는 라디오 극장도 준비 중이다. ▼1도씨와 온도에서 출판한 책 |
|||||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