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기해기사계첩(己亥耆社契帖)’은 1719년 숙종이 주관한 경로잔치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자료이다. 이 모임에는 이유(1645~1721) 등 고령의 대신 11명이 참석했다. 모두 12부를 만들어 1부는 관청에서 보관하고, 나머지는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 조선시대에 뜻깊은 날을 기억하고자 만든 ‘기념품’이었던 셈이다.국립민속박물관에서 27일부터 9월14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는 기념품의 문화사를 조명하는 전시다. 박물관 측은 “기념이 넘쳐나는 시대에 기념품을 중심으로 오늘의 기억 가치를 탐구하고, 진정한 기념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전시는 조선 후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200여 점의 유물로 기념의 순간을 돌아본다. 1765년 열린 기로연(임금이 원로 대신을 위해 연 잔치)과 수작례를 8폭 ...
광주의 한 고등학교 3학년 A군(18)은 생애 처음으로 선거권을 갖게 됐지만 투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통령을 뽑는 데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쁘지만 코앞에 닥친 ‘시험’에도 신경이 쓰인다.A군은 “사전투표를 하자니 등교해야 하고 본 투표일은 모의고사 전날이라 부담이 된다”면서 “선거권을 포기하는 게 옳지 않지만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실제로 첫 선거권을 갖는 18세(고교 3학년)의 투표율이 해당 선거의 평균 투표율보다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험생 유권자’들이 여유를 갖고 투표장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첫 선거권을 갖게 된 18세 유권자는 46만903명으로 전체 유권자(4436만3148명)의 1.0%다. 한국은 2019년 선거법을 개정해 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2007년 6월4일생 까지 선거권이 있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지난 19일 오후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인 ‘삼겹살라맛’에 들어서는데 입구부터 떠들썩했다.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가며 소주잔을 들고는 “타가이(Tagay·건배)”를 외치는 현지인들로 왁자지껄했다.상추쌈을 입안 가득 넣은 골디(22)는 “소주 안주로는 삼겹살이 최고”라면서 “집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친구들과 진로 소주를 즐긴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한국을 쏙 빼닮은 술을 나누는 풍경이 마닐라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걸 목격한 순간, 이날 오전 필리핀 최대 유통·부동산 기업 SM그룹의 ‘몰 오브 아시아(Mall of Asia)’에서 만났던 시아(32)가 생각났다.그는 “K드라마를 매일 보는데 한국인처럼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싶어 하이퍼마켓에 자주 들른다”며 “떡볶이와 김치볶음밥도 안주로 그만”이라고 했다.서민들이 많이 찾는 슈퍼마켓 ‘퓨어골드’에서도 진로를 거리낌 없이 장바구니에 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