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제작 대통령의 명절 선물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맞는 명절인 추석에 전달할 선물 세트의 내용을 지난달 23일 공개했다. 대통령 시계와 8도 수산물, 그리고 우리 쌀로 구성된 선물이다. 선물세트가 전달될 사회 각계각층에는 각계 주요 인사와 호국영웅 이외에도 산재 희생자 유족들도 포함됐다. 이 대통령의 산재 근절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2024년 설 명절 선물 세트는 특정 종교 배척 논란이 있었다. 내용물은 전통주와 잣, 유자청, 소고기 육포 등으로 구성됐는데 포장이 문제였다. 국립소록도병원인 한센인 환자들의 그림으로 내부가 포장됐는데, 그림에 십자가와 성당, 묵주 등이 등장했다. 불교계 내부에서 종교 편향이란 지적이 제기되자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조계종을 찾았고, 대통령실은 “앞으로 좀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2023년 설에는 가로세로연구소 등 보수 유튜버들에게 선물을 보내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명절 선물 상자에 다양한 디자인으로 포장되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기부터다. 윤 전 대통령의 선물처럼 선물 그 자체보다는 포장된 내용이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2022년 설 선물이다.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가 상자 그림을 문제 삼아 설 선물을 돌려보냈다. 독도를 배경으로 한 일출 장면을 형상화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절 선물은 내용물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16년 설 선물에 화장품이 포함됐는데, 이 화장품이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씨가 단골로 다니던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원장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선물 구성품이 문제가 될 뻔했다. 명절 선물로 각 지역 특산 농산물을 애용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추석 때 황태와 멸치 세트를 준비했다. 그런데 내용물을 미리 알게 된 불교계에서 “불가에 생물을 보내는 것은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청와대는 선물을 다기 세트로 교체해 구설수를 피했다. ‘소망교회 장로’임을 공공연히 밝혀 온 이 전 대통령의 처사 때문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10번의 명절 중 아홉 차례 전통주를 선물에 포함시켰다. 구설수는 딱 한 번. 술 때문이 아니었다. 2006년 추석 선물 세트에는 전국 9곳의 특산 차와 다기 세트로 구성됐다. 당시 선물 대상자 중 집중호우 피해자가 포함됐다. 그래서 “차를 마실 여유가 있겠냐”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청와대가 수재민에게는 쌀, 소년·소녀 가장에게는 MP3 등으로 선물을 교체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문민정부였던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각자의 고향에서 난 특산품을 선물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남 신안군의 김·한과·녹차 등을,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남 거제산 멸치를 선물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격려금을, 전두환·박정희 전 대통령은 인삼을 선물했다. 정치인 등 제한적인 계층만이 선물을 받았다.
한가위 달빛은 언제나 황금빛이었다. 보름달이 하늘 가득 차오르면 온 세상이 환해진다. 사람들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선조들을 위해 햇곡식과 햇과일을 정성껏 준비해 상을 차린다. 추석은 풍요로운 계절에 수확을 기념하는 것을 넘어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시간이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는 자리다.
넘치는 것을 함께 나누는 이 명절의 마음은 천년 전 신라인들에게도 이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눈부신 황금빛은 부와 영원함, 권위를 드러내는 동시에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색일 수도 있다.
신라에서 금제품이 장신구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4세기 중엽 마립간 시기부터다. 신라는 금이 풍부한 나라로 여러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중국 기록에는 ‘신라는 금이 풍부하다’고 전해지고, 일본은 ‘눈부신 금과 은의 나라’라 불렀다고 한다. 실제로 1921년 경주의 어느 민가 증축공사 도중 발견된 금관총에서 쏟아져 나온 유물 가운데 금만 해도 무려 7.5㎏에 달했다고 한다. 이후 금령총, 서봉총, 천마총, 황남대총 등에서 차례로 금관이 발굴되며 신라의 찬란한 황금 문화가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황남대총 북분은 ‘은 허리띠’에 새겨진 글씨로 미뤄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데, 금관이 출토돼 신라시대 금관은 왕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금관은 정형을 이루는데, 둥근 테 위에 나무 모양의 장식을 세워두고 사슴뿔 모양 장식을 양쪽에 붙인 구조다. 여기에 곡옥과 드리개, 작은 금판이 달려 반짝이며 흔들렸는데, 지금 보아도 섬세한 디테일이 감탄을 자아낸다. 금관은 단순한 치장물이 아니라 고대 신라인들의 미감과 장인의 솜씨, 그리고 사후 세계관과 제의적 신앙을 모두 담은 유물이다.
무엇보다 신라 금관은 열린 교류의 산물이었다. 나뭇가지 모양과 사슴뿔 장식은 북방 유목 문화의 기운을, 고분에서 출토된 유리구슬과 금속 장식은 서역과의 교역을 짐작하게 한다. 신라인들은 이를 자신들만의 감각으로 새롭게 조합해 독창적인 황금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장엄한 금관을 오늘날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뮷즈에서 금관 상품을 구상할 때, 발상은 의외로 소박하고 유쾌했다. “샤워 후 금관 문양이 수놓인 가운을 걸치면, 순간이나마 왕이 된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그렇게 탄생한 것이 샤워가운 아이디어였지만 욕실에만 머무르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집 안 어디서든 편히 걸칠 수 있다면 더 즐겁지 않을까?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금관포, 금관 문양을 담은 로브였다. 금관포 로브는 집에서 걸쳤을 때 신라의 황금 문화를 느끼며 호사스러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옷이다. 금관 문양이 부드러운 원단에 자수로 한땀 한땀 새겨져 고대의 화려한 미감을 오늘의 생활 속에서 누릴 수 있게 한다.
금관의 아름다움은 로브에만 머물지 않는다. 섬세한 장식과 곡선을 모티프로 삼아 귀걸이와 팔찌 같은 액세서리로도 풀어냈다. 높은 신분이 갖는 권위를 빛내던 금관의 미감이 이제는 누구나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장신구가 된 것이다. 화려함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권위의 무게가 아니라 작은 기쁨으로 다가온다.오는 28일부터 12월14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에 신라 금관 여섯 점이 모두 모인다. 1921년 금관총 발굴 이후 처음으로, 무려 104년 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이번 특별전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함께 열려 찬란했던 황금 문화를 세계 각국 지도자와 국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신라시대 오직 왕에게만 허락됐던 금관을 오늘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콘텐츠로 되살려내는 것, 그것이 전시와 함께 뮷즈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