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지금 40대들도 ‘독재’를 들어봤을 뿐 당시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윤석열의 ‘21세기 계엄’으로 교과서에서나 보던 독재에 대한 공포를 체감하게 됐고, 탄핵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산교육이 따로 없었다. 하물며 아이들에겐 어땠을까. 이들에게 독재라 함은 게임 금지, 다툼 금지 이 정도가 다였을 텐데 말이다.
<독재자 이야기>는 포르투갈에서 나고 자란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48년간 이어진 지독한 독재의 끄트머리를 살아낸 안토니우의 기억이고, 증언이다.
“엄마는 가끔 말해요. 식탁에서 정치 이야기는 안 돼!” 안토니우는 정치가 독재자 안토니우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필 이름이 같은 이 독재자는 1932년 총리에 올라 1970년 사망할 때까지 반대 세력을 감시하고 억압했다.
“선거는 나라를 다스릴 당을 뽑는 것인데, 왜 안토니우의 당 하나밖에 없는 거죠?” 엄마가 삶은 감자를 곁들인 대구 요리를 해줄 때 다른 음식을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안토니우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학교에는 왜 남자아이들밖에 없는지, 사람들은 왜 다 가난한지 세상은 의문투성이다.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들고 있어요…서로를 껴안고 자유의 날이라고 소리치며 노래를 불러요.” 안토니우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몰랐지만 “부모님이 마음속 생각을 숨기지 않고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글’에 이렇게 썼다. “우리가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고 누리는 정의와 자유가, 올바른 가치를 지키고 좋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지혜를 잃는 순간 얼마든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기억하길 바랍니다.”
한림원 “강렬하고 선구적인 전작(全作)”에 상 수여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사탄탱고> 국내 번역
스웨덴 한림원은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를 선정했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한림원은 “그의 강렬하고 비전적인 작품세계는 종말론적 공포의 한가운데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중유럽 문학 전통 속 위대한 서사 작가이며 부조리와 기괴한(grotesque)한 과잉 표현이 특징”이라며 “그러나 그의 작품에는 그보다 더 많은 요소가 있으며, 동양에서 영감을 받아 더욱 사색적이고 섬세하게 다듬어진 문체를 구사한다”고 덧붙였다.
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독일에서 유학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 미국 등에 체류하며 작품을 써왔다.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사탄탱고>는 몰락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끝내 쳇바퀴에 다시 포박되어 영원한 악순환을 이루는 과정을 절망의 묵시화로 그려낸 작품이다. 국내에도 번역돼 있다.
<사탄탱고>와 <저항의 멜랑콜리>는 헝가리 대표 감독 벨라 타르가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서왕모의 강림> <라스트 울프> <뱅크하임 남작의 귀향>을 비롯해 국내에 여러 책이 번역돼 있다. 헝가리 최고 권위 문학상인 코슈트상과 산도르 마라이 문학상을 비롯해 독일의 베스텐리스테문학상과 브뤼케 베를린 문학상, 스위스의 슈피허 문학상 등을 받았다. 2015년에는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며 고골, 멜빌과 자주 비견된다. 수전 손택은 그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으로 일컫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6억4000만원)와 메달, 증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