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남소송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72)가 가자지구 전후 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인물로 떠오르면서 그의 과거 이라크 침공 결정 전력과 친이스라엘 행보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블레어 전 총리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영국 총리를 지낸 뒤 2015년까지 중동 평화 특사로 일했는데, 중동 지역에서의 오랜 외교 경험이 그의 강점이자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가자 평화구상’에 따르면 전후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인과 국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팔레스타인 위원회’의 임시 통치하에 운영되는데, 이 위원회는 ‘평화 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평화 위원회의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맡고, 블레어 전 총리 등이 가자지구 행정과 재건을 감독하게 된다.
외교가에서는 블레어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중동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점을 강점으로 본다.
하지만 2003년 이라크 침공 결정에 대한 책임과 그가 중동 평화 특사로 일하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가디언과 BBC 등 영국 언론들은 블레어 전 총리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가디언은 “이라크 침공의 설계자이자, 자신의 사업적 이익과 정치적 옹호 활동을 연관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온 인물로서, 어떤 면에서 새로운 트럼프 시대에 완벽히 어울린다”고 꼬집었다.
BBC는 블레어 전 총리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잘못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2003년 이라크 침공을 결정했으며, 이 때문에 일각에선 그에게 전쟁범죄 책임을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고관은 SNS에 “토니 블레어? 절대 안 된다. 팔레스타인에서 손 떼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중동 평화 특사로 일하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갈등 해결에 실패해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06년 선거에서 승리한 하마스는 정치적 협상에 개방적이었지만, 블레어 전 총리가 미국과 이스라엘 편에 서서 하마스를 보이콧하면서 2008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폭력적으로 점거하는 결과를 낳는 데 일조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블레어 전 총리는 2017년 뒤늦게 “하마스를 대화에 끌어들이려 노력했어야 했다”고 인정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블레어 전 총리를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의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는데, 2011년 팔레스타인이 유엔 가입을 요청했을 때 블레어 전 총리가 이에 반대하는 로비 활동을 벌였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하마스 정치국의 후삼 바드란은 “블레어는 가자를 관리할 사람이 아니라 이라크 전쟁 책임을 지고 법정에 서야 한다”며 “그와 연계된 어떤 계획도 불길한 징조”라고 비판했다.
미국 싱크탱크 어뉴폴리시 공동 설립자인 조시 폴은 “블레어 전 총리의 제안은 팔레스타인인의 정치적 진전과 자결권보다 경제개발을 우선시할 것”이라며 “서안지구 실패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경제적 성공은 팔레스타인의 자치권과 이동·기업 활동의 자유가 보장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외교관은 블레어 전 총리의 역량에 대해 “걸프 국가 및 백악관과의 조율이라면 몰라도 가자 통치자로서 재건·치안·경제 개발을 총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블레어 총독’은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블레어 전 총리의 개인적 논란보다 가자 전후 체제를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한 쟁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국장은 “블레어 논란은 오히려 평화 구상의 진짜 문제를 가린다”며 “세부 일정, 실행 방안이 빠진 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어느 쪽의 동의도 확보하지 못한 이 구상은 구조적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화장 외교’(cosmetic diplomacy)에 그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은커녕 사업 자금 지원 중단, 공무원 대량 해고 절차 돌입 등 고통을 극대화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셧다운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셧다운 돌입 첫날인 1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임시예산안 표결을 시도했지만 전날에 이어 또다시 부결됐다. 다음 재표결은 일러야 3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나 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역대 대통령은 셧다운 기간에 필수 근무 인력 범위를 확대하는 등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셧다운으로 인한 고통을 극대화하는 징벌적 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이날 미 하원 공화당 의원들에게 “하루나 이틀 안에 연방 공무원 해고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내무부 직원들은 휴직 중 대량 해고 관련 공지가 갈 수 있으니 노트북과 업무용 전화기를 집에 가져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NYT가 보도했다.
보트 국장은 또 뉴욕 지하철과 터널 관련 기반시설 사업 예산 180억달러(약 25조원)의 집행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보트 국장은 좌파의 “신종 녹색 사기” 자금도 80억달러(약 11조원)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녹색 사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친환경·재생에너지 정책을 폄하하는 표현이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 역시 셧다운을 감수하더라도 물러서선 안 된다며 의원들에게 단일대오를 요구하고 있다.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미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 고용시장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셧다운을 기회로 연방 공무원을 대량 해고하면 고용지표는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다만 여론 추이에 따라 극적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예산안 통과의 최대 걸림돌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 여부다. 민주당의 연장 요구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이민자에게 의료비를 퍼주려 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내부에서도 보조금이 중단될 경우 수백만명의 의료비가 급등해 내년 중간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 내 온건파는 보조금을 최소 1년 더 연장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