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상위노출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참여할 지자체들의 신청 접수를 시작하면서 지역별로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농어민들의 ‘생활 안정’을 이유로 적극 나서고 있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 ‘재정 부담’을 들어 반대하는 곳도 있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오는 13일까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참여할 지자체들의 신청을 받은 뒤 17일에 최종 선정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은 전국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중 공모를 통해 6개 군을 선정, 1인당 월 15만원씩(연간 180만원)을 지역화폐로 2년간 지급하는 사업이다. 재원은 국비 40%, 지방비 60%다.
지방비가 투입되다 보니 재정 여건에 따라 지자체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중이다. 경기 연천, 전북 부안 등은 시범사업 참여를 확정지은 가운데 충남에서는 부여와 서천, 청양, 예산 등 4개 기초지자체들이 사업 참여를 희망 중이다.
사업에 대해 현장 농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금산에서 고구마와 상추를 재배하는 60대 강모씨는 “소규모 농민에게는 택배비와 기름값을 감당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다만 농약값만 연간 수백만원 드는 대규모 농가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전국 시군 중 농민 비율이 50%가 되지 않는 지역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농촌에 거주하고도 농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 지원에서 제외된 사례가 있었다”며 “농어민 기본소득은 농촌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인구감소지역에선 의미가 큰 정책”이라고 말했다.
막상 광역단체인 충남도는 이 사업에 부정적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1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어촌 기본소득도 포퓰리즘으로 볼 수 있다”며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지원하면 정작 필요한 소외계층에 촘촘한 지원이 어렵고 지방에 부채만 늘어난다”고 사업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지사는 다만 “도내 4개 군이 사업 참여를 희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공모에 선정될 경우에는 해당 군과 별도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진보당 충남도당은 논평을 내고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공동체 붕괴라는 농촌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농촌 소멸을 막고 농촌이라는 생활공간을 지탱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되는 정책”이라면서 “김 지사는 예산 논리를 들먹이며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진행해 농촌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밝혔다.
기본소득당 충남도당도 “15만원이라는 적은 지급액과 높은 지자체 부담, 주무부처의 한계 등 당에서 주장해온 농어촌 기본소득과 괴리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지역 소멸 해결을 위한 첫걸음으로 의미가 있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로 도민들의 염원을 배신한다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성난 민심의 돌팔매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시범사업 참여에 반대했던 경남도는 국비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을 전제로 사업 신청을 추진 중이다. 당초 박완수 경남지사는 “농어촌 기본소득을 하면 지방재정은 거덜 나고, 지방의회는 역할을 잃게 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관내 지역 소멸 위기 지자체 중에서도 신청을 희망하는 곳들이 있는 점을 고려해 국비를 80% 이상 받는 조건으로 시범사업 참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당신이 하는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자연으로 돌아간 제인 구달의 91년 삶을 지배한 열정은 세 가지였다. 동물·자연에 대한 ‘사랑’, 더 나은 인간 세상에 대한 ‘희망’, 그리고 나로부터의 ‘행동’, 즉 실천이었다. 그에게 희망은 뭔가를 바라는 행위가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었다. 제인구달연구소는 그의 별세를 알리며 “동물행동학자로서 그녀의 발견은 과학에 혁명을 일으켰고, 자연 보호와 복원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옹호자였다”고 했다.
대중은 구달을 ‘침팬지의 어머니’로 기억한다. ‘도구 사용은 인간 특성’이란 통념을 깨트리며 동물행동학의 새 지평을 연 업적도 컸지만 연구 방식 또한 큰 이유가 됐다. 침팬지들을 우리에 가두는 대신 탄자니아 곰베의 열대우림에 천막을 짓고 10년간 야생 침팬지를 관찰했다. 자연을 떠나지 않은 연구였기에 도구 사용이나 위계형성, 성생활, 육아, 폭력성 등을 새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 “길들여지지 않은 인간” 침팬지의 폭력성을 깨달으며 인간도 직시했다. 구달은 2016년 “많은 면에서 트럼프의 행동은 수컷 침팬지의 지배방식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대중에게 구달은 환경운동가로 친숙했다. 그는 해마다 300일간 세계 각국을 다니며 “희망이 있다. 가능한 한 가벼운 생태학적 발자국을 남기라”고 인간 변화를 호소했다. 세상을 떠난 마지막 순간도 강연여행 중이었다. 1991년 탄자니아 어린이 열명으로 시작한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은 100여개국 10만명으로 커졌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 서천 국립생태원엔 ‘제인 구달의 길’이라는 숲길도 존재한다.
그는 운동가이지만 온화했다. 입장이 다른 이들로부터도 진정성을 존중받는 이유다. 그의 어록 중 특히 한마디가 마음에 남는다. “마음을 울리는 건 이야기입니다. 고집 센 사람들과 논리로 다투는 건 무의미해요.” 연약한 한 인간이 어떻게 인류적 문제 극복을 시작할 수 있는지 신비가 담기지 않았는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저서 <양심>에서 이 말을 떠올리며 운동은 “조용히, 온화하게, 그러나 끈질기게”라고 했다. 점점 비루해지는 ‘수컷 침팬지들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서도 구달의 세 가지 열정이 오래도록 인류의 마음을 울렸으면 싶다.